어제 저녁 신랑의 다리를 베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신랑이 내 얼굴을 자세히 보며 하는 말. '자기는
정말 예쁘다. 볼과 콧등의 점이 좀 있지만' '자기만 나보고 예쁘다고 해. 아무도 그런 말 안해. 그래
서 자기 말 안믿어. 흥! 성형수술비 아끼려고 그러는 거 다 알아!'
저는 원래 코에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를 낳았더니 볼에 갑자기 점이 7개나 생겨버렸습
니다. 앗, 짜증! 미국 오기 전에 점 빼고 와야지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아님 제 게으름에 기인
해 그냥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랑이 말하는게 그 점이려니 생각하고 무심하게 지나갔죠. 원체
게을러 화장 하나도 안하고 다니는 제가, 저녁에 로션도 잘 안바르는 제가, 세수할 때 얼굴도 잘 안
보는 제가 왠일로 어제 저녁에 세수를 하다 우연히 얼굴을 자세히 보고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
다.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람? 눈 밑의 볼과 콧등 윗부분에 기미같은 작은 점들이 잔뜩 생겨
난 것을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평생 그런 건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얘기로만 알고 살았는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손짓, 발짓하기 싫어 집 밖에도 거의 안나가는 제게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랍
니까? 시부모님이 오셔서 캘리포니아에 열흘간 놀러간 동안 생긴 것일까요? 아님, 어제 아는 사람
집에 마실 가는길의 태양이 유난히 따갑더니 어제 생긴건가요? 아잉~ 흑흑. 왕짜증!!!
소리지르며 괴로와하는 제게 신랑이 말합니다. '아까 점 있다고 말했잖아' 이게 무슨 무센스람?
'몰라, 몰라, 책임쳐. 자기 때문에 미국와서 이런것까지 생겼잖아!!!'
'난 누가 뭐래도 자기가 제일 예뻐. 그러니까 그런거 생겨도 괜찮아'
'자기 눈에 예뻐보이는 거 필요없어. 내 눈에 예뻐보여야지! 난 자기 만족이 중요햇!!! 아, 나 몰라. 나 내년에 한국 들어가서 박피할거야. 돈 내놔. 누구땜에 생긴건데!!!'
'그게 미국왔다고 생겼나 뭐?'
'그걸 말이라고 해? 미국와서 생긴거얏!!! 남이 보면 미국서 막노동 하는 줄 알겠네. 다 미국탓이야'
아, 짜증나. 박피하면 얼마간 밖에도 못나간다는데, 아이 귀찮아. 돈도 많이 들텐데. 으앙~ 그냥 울어버릴래. 흑흑. 아. 미국 싫어, 시러시러, 왕 시러, 넘 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