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스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채로운 재능과 끼로 대중의 우상으로 군림하는 그들은 손짓 하나로도 팬들을 열광시키고, 필연적으로 큰 돈을 벌며, 선남선녀답게 많은 스캔들을 만들어낸다. 스타가 이루지 못할 것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지나면 죽은 사람도 살릴지 모른다. 이러한 스타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은 스타를 꿈꾼다. 스타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서일까, 최근 연예계 스타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이다. 예전에 모 유명 매니저가 연예 사업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가요계라 한 적이 있다(음반 산업이 붕괴해버린 요즘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보다 많은 별이 운집해있는 가요계의 정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드라마가 바로 <오버 더 레인보우>이다.


 모처럼 감각적이고 빠른 진짜 청춘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가난한 고등학생 권혁주(지현우 분)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끼건달로 일한다. 정식 조폭 데뷔를 앞두고 있는 어느 날, 뉴질랜드에서 스타의 꿈을 좇아 한국으로 온 정희수(김옥빈 분)와 만나게 되고 열정이 넘치는 그녀에게 반해 춤을 배우게 된다. 방황을 정리한 혁주는 희수와 사귀면서 백댄서(라고 쓰면 웬지 혼날 것 같다)로 일한다. 

 한편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렉스(환희 분)는 우연히 희수를 보게 되고 반하게 된다.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희수를 출현시키는 렉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무뇌아 가수인줄만 알았던 렉스가 나름 생각도 깊고, 아픔도 있다는 사실을 안 희수는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인공 4인방 중 마지막 인물인 렉스의 열혈 팬, 마상미(서지혜 분)는 공교롭게도 렉스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대신, 비루한 현실도 탈출하고 렉스와 더 가까워질 겸 그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간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군더더기 없고 속도감 있는 진행과 댄싱 장면이 보여주는 박진감(혁주가 소속되어 있는 댄싱 팀의 단장 팝핀현준의 춤은 정말 최고!)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전개에 깊이 몰입하며 보게 된다. 각본을 쓴 홍진아, 홍자람 일명 홍자매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뻔한 상황에서 한두번의 비틀기를 주어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게끔 만드는 실력도 제법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일주일에 십여 편의 드라마를 보며 단련된 사람들이다. 이제는 1회만 딱 보면, 이게 어떻게 되는 이야기며 어떻게 끝나고 누가 누구랑 되겠구나, 각이 딱 나온다. 그런데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게 안 된다. 벌써 7회까지 방영됐지만 여전히 이야기 전개는 안개 속이며, 애청자들의 관심 1호인 커플들이 어떻게 맺어질 것인가도 불투명하다.

 상미-혁주 / 렉스-희수 조합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쌍이 맺어질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개인적으로는 혁주-희수 / 상미-렉스의 조합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어떻게 끝맺음 될지는 작가만 아는 것이기에...딱히 드라마에 악역도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 영혼들의 분투기이기 때문이다. 철지난 선악의 이분법이나, 고루한 교훈 타령, 천박하고 말초적인 재미에 머무르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질주하는 청춘의 거친 숨결을 제대로 잡아낸 진짜 ’청춘 드라마’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지현우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기럭지가 넘 크고, 춤을 많이 춰본 적이 없는지 별로 태가 안 난다. 이 역할을 비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대박이 터졌을 것이다. 비가 보여주는 반항적인 눈빛이나, 섹시함, 카리스마 등을 열심히 흉내내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아직 연기가 많이 서툴어 보인다(서지혜와 키스 신이 있어서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진짜다). 다만 느낌 만은 제대로 살리고 있어, 시청하는데 불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렉스 역의 환희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캐스팅인데 처음에는 생각 외로 잘 어울렸다. 아마 아이돌 가수 역할이라 실제 아이돌 가수 출신인 환희가 소화하기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평소 하던 대로 건방 좀 떨어주면 되지 않았을까(환희 팬들, 농담입니다 ^^)? 춤도 되고, 노래도 되기에 렉스 역에 크게 어색함은 없다만, 만들어진 아이돌용 기획 가수로서의 한계와 아픔을 드러내는 복잡한 연기를 요구받고 있는 중후반부에 와서는 확실히 내공이 딸리고 있다.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고 아량 있게 넘어가 주자.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초반부의 몰입감은 꽤 좋아 요즘 환희가 나오면 무심코 ’렉스 나왔다’고 해 버린다.

 

    

 

 희수 역의 김옥빈이다. 얘가 일단 얼굴 부속물(눈, 코, 입)이 다 커서 시원시원하다. 현재로서는 이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초반부 희수가 보여준 발랄함과 생기는 누구도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는 생짜 젊음의 그것이었다. 춤 연습도 많이 한 듯 댄스 장면마다 근사했다. 착하고 소탈하지만 성공과 꿈을 위해 결과적으로 혁주를 배신한 가장 변화무쌍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배신녀, 악녀에 머무르지도 않았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감정 이입을 불러 일으키는 성공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내가 작가라도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겠다. 공들인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김옥빈에게 더 정도 많이 갈테고...작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앞으로도 중심에 서서 드라마를 이끌 것이다.

 



 마상미 역에 미모가 특출난 서지혜이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열혈 팬이라 공정한 평가가 힘들다. 20대 초반의 배우군에서 가장 빼어난 연기자 중 하나임을 입증한 노국공주 역처럼 다면적인 캐릭터는 아니고, 전형적인 열혈 청춘 역이다. 캔디 형이라고나 할까.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밟혀도 꿈틀대는 뭐 그런 캐릭터. 역시 생기발랄하고, 귀엽다. 다만 출연 시간이 너무 짧다. 처음 2회까지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 드라마가 주연 4인방에 골고루 시선을 나누어주는 스타일이라 그러는 줄 알았는데, 진행될수록 계속 겉도는 느낌이다. 작가 홍자매가 희수-렉스-혁주의 삼각 관계에 더 큰 비중을 실었기 때문이다. 히로인인 서지혜가 밀렸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워낙 희수의 매력이 특출나(시청자 입장에서나, 쓰는 작가 입장에서나) 배역 운이 없다고 한탄할 수밖에...

 



 그래도 김밥 장면은 정말 좋았다. 늘 자신을 갈구는 혁주에게 왜 자신은 꿈을 꿀 수 없나며 눈물 짓는 장면이었는데 보면서 같이 눈물 흘리고 말았다. 하기야 나는 자동인형, 이미 지혜가 울면 나도 울고, 지혜가 웃으면 따라 웃는 상황까지 되어 버렸으니...

 



 한 가지 재미있었던 장면, 교통사고 보상 대신 프라이드 기획 연습생에 받아 달라는 마상미를 두고 사장과 부장의 대화. "얼굴은 수준 이하고, 춤은 일반인보다 못하다..." 춤이야 그렇다 치고, 이 얼굴이 수준 이하란 말이냐!

 

이상으로 대강의 소개를 마칠까 한다. 적당히 달콤하며, 때로는 쓰기도, 가끔은 눈물도 비치는 괜찮은 드라마이다. 아직도 9회나 방송분이 더 남았으니 지금부터 시작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작품성에 비해 7%초반이라는 시청률은 너무 가혹하다. <신돈>때부터 계속 시청률 실패라 우리 지혜 많이 의기소침해 할까봐 걱정된다. 절대로 유치하거나, 뻔한 드라마가 아니다. 기성 세대가 원하는 청춘 상이 아닌 진짜 살아 숨쉬는 청춘남녀가 등장해 약동하는 청춘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멋진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도 귀여운 서지혜 양의 사진 두 장을 보너스로 감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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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8-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지혜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좋은데요? ㅎㅎ
지현우는 원래 록밴드(더 넛츠라는 밴드) 출신이라 춤이 약한 게 이해가 가고...
홍자매는 드라마 '반올림' 각본을 쓰면서도 많이 알려졌죠. 잘 쓰더라고요.
제가 이 드라마를 자주 보는 건 아닌데, 제다이님 글 보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 번 봐야지 -ㅅ-;

jedai2000 2006-08-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홀...요즘 청률이(시청률)도 잘 안 나오는데 저라도 응원해줘야죠. 지금껏 살면서 수많은 여자 배우들의 명멸을 지켜보았지만 서지혜 만큼 어여쁜 처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 소박한 꿈이 있다면 한 번 사귀어 보고 싶다는 것...-_-;;

<오버 더 레인보우> 많이 사랑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