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뉴욕의 전직 형사, 조던은 화가였던 조카 제리코가 살해되자 한시적으로 복귀를 결심한다. 아들을 잃은 배다른 형의 눈물에 굴복했기 때문이었다. 조던의 형은 거대도시 뉴욕의 시장으로 사건 해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태세다. 도착한 살인사건 현장에는 살인자가 남겨둔 참으로 기괴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는데 조카의 귀에 담요가 접착제로 붙여져 있고, 엄지를 입 안에 집어 넣어 마치 손가락을 빠는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이 풍경을 보고 무엇이 생각나는가? 그렇다. <피너츠>의 라이너스의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살인은 계속 일어나고, 찰리 브라운의 친구 루시와 스누피 모양으로 죽어 있는 피해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로마의 형사 반장, 모린은 미국의 뮤지션 코너 슬레이브의 애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모린이 공무수행 도중 사살한 마약범의 형이 두 사람을 납치한 뒤, 코너는 죽이고 모린의 눈은 멀게 만든다. 눈을 잃은 모린은 자신의 눈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가 뉴욕에 있다는 걸 알고 수술을 받는다.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지만 알 수 없는 환상이 보인다. 정체불명의 환상에 고통받던 그녀는 자신의 눈의 기증자가 며칠 전 라이너스 모양으로 피살된 제리코임을 알게 된다. 과연 그녀가 본 환상은 무엇이었을까? 

 

작년 소리소문도 없이 묻혔던 이탈리아 산 스릴러 <나는 살인한다>의 조르지오 팔레띠가 다시 돌아왔다. 배우에 뮤지션이었던 기묘한 경력의 이 사내를 스릴러 팬들은 분명히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단 두 편의 작품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품위있고, 사색적인 단단한 문장과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가지 트릭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보다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미스터리의 장치를 사용한다. 이 점은 제프리 디버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에서는 피살자의 눈에 어린 기억이라는 다소 초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은 비교적 논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모던 스릴러 작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제임스 패터슨이나 할란 코벤처럼 액션을 강조하는 속도가 빠른 작가는 아니고, 등장 인물의 시점을 빌어 현대 사회의 병폐 등을 지적하는 등 무겁고 진지한 느낌이 나는 글을 쓴다. 이 점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긴박한 장면에서 멋부린 문장이 도처에 튀어나오니 호흡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물론 시종일관 진지한 작품의 무게감을 유지시키는 데는 손색이 없지만 말이다. 이 점은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것이라고 본다.

 

모던 스릴러 소설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끌어서인지 꽤 많은 작품이 쏟아져나온다. 사람을 죽여도 이제 웬만한 장면에서는 독자들이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시체의 뇌를 먹는 박사도 있고, 여자 피부를 벗겨 옷을 만드는 살인마가 활개치는데 뭐가 더 충격적이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장르를 쓰는 작가들은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충격에 면역이 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려면 더 독특한 죽음의 방법을 고안해야만 하니까. 이 작품에서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세 명의 피살자들에게<피너츠>의 모양을 흉내낸 죽음을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피너츠>보다 <심슨>을 더 좋아해서 안타까웠다. 호머 심슨처럼 배가 나오게 만들고, 윗머리를 뽑아 두 가닥만 남겨둔 피살자가 등장할 수도 있었을텐데... 솔직히 만화 캐릭터를 흉내낸 살해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유치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는 책의 후반부가 뛰어나 용서가 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액션 페인팅, 만화 <피너츠>, 영화 제작 등의 미국 대중문화 이야기도 쏠쏠한 재미가 되고...누가 읽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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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심슨은 너무 안어울려요 ㅠ.ㅠ

jedai2000 2006-07-1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렇죠. 너무 안 어울리죠. 그래도 피너츠보다는 심슨이 좋아요. ^^

거품 2006-07-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 브라운의 동생은 샐리.
루시 아님.


jedai2000 2006-07-2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실수네요. 샐리였군요. 죄송합니다. 정확히 알아보고 썼어야 했는데 말예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수정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