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공군: 나 왔다.

강군: 또 너냐. 넌 일도 없냐.

공군: 백수 신세가 뭐 그렇지. 심심한데 맥주나 마시러 가자.

강군: 그놈의 맥주는 질리지도 않냐.

공군: 나나 되니까 너하고 맥주라도 마셔주는 것은 모르고.

강군: 하긴. 일세의 혁명가가 나같은 애송이하고 맥주를 마셔준다니 껄끄럽기도 하겠지.

공군: 너도 <삼대> 읽었구나.

강군: 고등학교 때 배웠잖아. 알았다. 술 한잔 하러 가자.

 

공군: 이 집은 좀 시끄럽네.

강군: 그래도 여기가 분위기는 좋잖아. 뭐 마실래? 오늘은 내가 쏜다.

공군: 뭐 뻔하지.

강군: 우리라고 맨날 맥주만 마실 일 있냐. 오늘은 좀 비싼 양주 같은 거 마셔보자. 메뉴판 줘봐라.

공군: 오~ 자식 돈 좀 들어왔나 보네.

강군: 원하는 대로 마음껏 먹어. 난 맥주.

공군: ...나도 맥주.

 

공군: 그나저나 어제는 일요일인데 뭐했냐?

강군: 책 읽었지. <탈선>이라고 스릴러 소설이었다. 

공군: 어째 제목이 너랑 잘 어울린다.

강군: 나쁜 짓 하는 탈선이 아니라, 기차가 탈선했다 할 때 그 탈선이다.

공군: 그렇군. 무슨 내용이냐?

강군: 어. 내용이 아주 재미있더라. 중년의 광고 회사 중역이 있어. 그 사람은 아내랑 딸이 있는데, 딸이 소아당뇨라 가정에 웃음이 사라졌지. 어느날 출근을 하다가 늘 타던 8시 43분 열차를 놓치고 9시 5분 열차를 타게 되는데 거기서 모든 일이 시작된거야. 시작은 조그만 엇갈림이었지만 결국 주인공을 위기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공군: 여자를 만났구나.

강군: 눈치가 구백단이네. 주인공은 매혹적인 여자를 알게 되지. 매혹적인 여자와 함께 하면서 오랜만에 죽어있던 마음에 꽃이 피는 근사한 경험을 하게된 주인공은 그 여자와 계속 시간을 보내다 결국 불륜에 빠지게 되지.

공군: 이야, 흥미진진하다. 하기야 불륜같이 금지된 열망에 빠진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처럼 독자를 매료시키는 게 없지. 

강군: 반주가 좋구나. 이야기하는 흥이 난다. 자, 두 사람은 마침내 호텔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나오려는 찰나에 괴한이 침입해. 괴한은 지갑을 빼앗은 다음 주인공을 폭행하고, 여자는 강간하지.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이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불륜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야. 순진한 주인공은 싸구려 호텔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몰랐던 거야.

공군: 좋았던 분위기에 완전 찬물을 끼얹었네.

 

강군: 진짜 위기는 그때부터야. 괴한이 지갑을 가져갔잖아. 거기 적혀있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고 주인공에게 협박을 하는거야. 돈을 내놓으라고 말이지. 괴한은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 순진한 주인공의 한수 위에 있어. 주인공이 벗어나려 몸부림쳐봐도 범죄에 잔뼈가 굵은 괴한의 손바닥안에 있는거라. 게다가 두 불륜 연인은 애초 시작이 잘못됐기 때문에 각자 배우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지. 악몽같은 상황에 빠진 주인공이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지가 작품의 핵심인게지.

공군: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강군: 정신없이 읽히더라. 하루만에 460페이지라는 두꺼운 분량을 다 읽었어. 기차 여행을 할 때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거야. 무엇보다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이라는 게 절묘하지. 특별한 능력도 없고, 완력도 약한, 소심한 중년남인 주인공에게 계속 닥쳐오는 위기를 보면서 역시 소시민에 불과한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거야.

공군: 상대하는 악역 묘사가 좋아야 할텐데.

강군: 괴한의 정체를 모르니까 서스펜스가 가중되는 거지. 실체가 드러나면 그 때부터 공포감이 엷어지잖아. 왜 고등학교 때도 선생님한테 맞기 직전이 무섭지, 일단 맞고 나면 별로 안 무섭듯이 말야. 이 작품에서 괴한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자세히 밝혀지지 않거든.

공군: 그렇구나.

강군: 그런 면에서 스릴을 창조하는 작가 재능이 돋보이더라구. 물론 결말이 생각보다 약한 감이 있는데, 결말까지 쭉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 뭐 특별히 남는 건 없겠지만 읽는 동안은 정신없이 재미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공군: 나도 읽어보련다. 다음에 볼때 책 좀 가져와라.

강군: 알았다. <탈선>은 중년 남성의 도덕적 일탈이 가져온 위기와 그것에 관한 단죄라는 주제를 볼 때 꼭 히치콕 영화같기도 해.

공군: 히치하이커?

강군: 히치콕! 너 이제 귀에도 문제가 있구나.

공군: 시끄러워서 그랬어. 

강군: 아무튼 히치콕 영화에서 늘 주인공들이 금발머리 여자한테 홀려서 나쁜 짓을 저지르고, 결국 그것에 대한 단죄를 당하잖아. 이 소설이 꼭 그래. 히치콕이 살아 있으면 만들어 볼만한 영화인데, 유감스럽게도 이미 사망했으니 다른 사람이 영화를 만들었지. 클라이브 오웬과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뭐 영화로 만들기 꼭 좋은 소설이지. 스릴 넘치고, 전개가 빠르니까. 엎치락뒤치락 역전과 반전도 제법 있고. 작가 제임스 시겔은 이제 책 3권을 낸 신인급의 작가인데 미국 스릴러 계에서 주목받는 신예란다. 작품들이 다 영화화 계약이 될 정도로 잘 나간다고 하네.

공군: 그래, 잘 들었다. 그나저나 너는 꼭 나를 만나기 전에 준비하고 오는 것 같아. 주저리주저리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너 혹시 나 기다렸던 거 아냐? 나 오면 책 이야기 말해주려고.

강군: 무슨 소리야!

공군: 에이, 맞잖아. 너 나말고 친구 없지? 그래서 나만 보면 읽은 책 이야기해주고 싶어 안달하는 거 아냐? 불쌍한 놈, 나말고 친구도 없는 녀석. 하하

강군: 아니라니까!!!

 

 

<인상적인 구절>

 

"내가 직접 방아쇠를 당긴 것과 다름 없었다. 간통, 사기, 그리고 이제 살인까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이름 없는 선한 시민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체를 태우고 매립지가 있는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엄청난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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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어요^^

jedai2000 2006-05-1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읽으실 겁니다. 재미있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