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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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분들도 별로 안 계실 듯 합니다. TV 만화로도 있었던 것 같고, 영화도 얼핏 생각이 나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을 직접 읽어보신 분들은 의외로 많지 않은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읽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건 정말 비극이예요. 이 책을 읽으며 흥분과 감동으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 잡으며 하얀 새벽을 맞이한 몇년 전, 어느 밤이 생각이 나네요.

 

   작가는 미국 문학계의 선조 격인 마크 트웨인입니다. 타계한 지 거의 100년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이 대단한 작가입니다. 세계 명작 동화 모음집에 꼭 들어가는 단골 작가답게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의 작품들은 모든 미국 소년, 아니 세계의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바가 있지요. 아마 역사상 소년, 소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아니였을까요? 그러나 그는 당대에는 유머 작가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사실 그의 작품들은 정말 품격있는, 그러나 정신없이 웃기는 유머들의 향연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유쾌한 건 역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지만요.

 

그의 유머가 단지 말장난이나 넘어지고 자빠지는 소극에 그쳤다면 그가 그렇게 위대한 작가로 남을 이유가 없겠지요. 그는 현실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안목에 풍자 정신을 결합하는 한 차원 높은 유머를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엇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좋아하는 건, 주인공인 허클베리 핀이나 톰 소여가 행동하는 자유인이라는 겁니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변적이고 굼뜬 자의식 과잉의 인물들이 넘쳐나는 현대의 소설 속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영혼을 보여주고 있기에 매혹당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어머니가 없는 허클베리 핀은 고아나 다름 없습니다. 아버지는 난봉꾼 주정뱅이지만 그나마 실종된 상태거든요. 마을의 노처녀는 허클베리를 어여삐 여겨 데려다 기르려 하지만 그는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는 이미 자연과 야생의 삶에 적응된 상태이거든요.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해라...반복되는 설교에 질려가는 허클베리에게 무서운 아버지가 찾아오고 어쩔 수 없이 그는 도망을 칩니다. 비슷한 신세의 도망 노예인 흑인 짐과 함께요...

 

허클베리 핀과 짐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당대 미국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배우게 됩니다. 순박하고 인간적인 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인간을 차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도 느낄 수 있고, 사랑하는 연인이 가문간의 알력이라는 인습으로 인해 죽어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스케치해내는 마크 트웨인의 필력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무거운 주제도 재미있게 담아낼 줄 아는 능력을 저는 배우고 싶은 것입니다.

 

혼탁한 사회와 대비되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멋집니다. 그야말로 한 편의 자연 찬가입니다. 허클베피 핀과 짐은 한 번쯤은 모두들 꿈꾸는 아름다운 여행을 한답니다. 어떤 속박도 없는 자연 속에서 낚시도 하고, 늦잠도 마음껏 자고...아이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이해가 가시죠? ^^;;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절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아니 무지하게 웃기는 작품이죠. 크게 봐서 3부로 나눌 수 있는 작품인데, 마지막 3부는 완전히 대소동극입니다. 허클베리 핀과 짐이 터무니없는 톰 소여의 요구로 인해 온갖 고초를 당한다는 내용인데 제가 본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등장한답니다. 3부를 보고 비평가들은 마크 트웨인이 결국 제 버릇을 못 버리고, 유머로 안착했다며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가장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웃을 줄 아는 여유, 그게 있다면 우리 시대의 삶이 이렇게 팍팍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떤 괴로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며, 우리 삶을 두 배쯤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유머의 효용과 가치를 파악하는 눈을 마크 트웨인은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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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5-12-0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 소여의 모험에 비해 같은 친구인 허클베리의 모험은 인지도가 낮더군요. 저는 그게 신기합니다. <아더왕과 양키>도 괜찮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