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있다가 산도 타고 총도 쏘고 포복도 하려니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이상한게 아무래도 자리 보전을 해야 할듯...체력은 국력이라는데 한창 건장한 나이대의 청년이 이렇게 부실해서야 대한 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지는군여..-_-;
이번에 본 책은 오사와 아리마사의 <소돔의 성자>입니다. 제목이 아주 거창하군요... 성서에 나오는 소돔같이 범죄에 쩔어 있는 신주쿠를 정화하는 성자같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성자라고 하면 흔히 생각나는 성서와 십자가, 지혜로운 말씀, 놀라운 기적은 없지만 형법과 완력이라는 현대 사회의 두 가지의 폭력에 모두 능통한 사메지마 형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여러분들은 형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소돔의 성자>에는 형사들을 무작정 동경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장난 전화를 걸어 수사에 혼선을 빚는 사내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처럼 저도 형사들을 상당히 동경하는 부류입니다. 형사 영화라면 무작정 좋아하고, 잠복과 추격, 격투, 탐문, 추리 등 형사가 범죄 수사 과정에서 벌이는 모든 행위들이 저에게는 다 멋지게만 보입니다. 사실 형사에게 취조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건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일전에 5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경찰서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아~~ 그 때 아주 심하게 맞았습니다. 10분동안 5명에게 계속 맞았으니까...제가 그 정도였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아주 멀쩡히 무사히 잘 지냅니다..-_-; 어쨌든 조사를 받는데 제가 일방적인 피해자였는데도 유치장에 같이 가두더군요. 꼬박 12시간 동안...밥도 안주고-_-; 처음에 올 때는 화가 나서 씩씩대며 유치장 안에서 날 때린 사람들과 신경전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범죄자들(?)이 하나씩 들어오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던걸요..-_-;
저희들의 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형사 한 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형사의 책상 앞까지 가는데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던지...새벽 3시경의 경찰서 형사계는 그야말로 형사들이 내지르는 욕지거리와 고함으로 인해 분위기가 아주 살벌합니다. 저를 조사하던 형사는 어찌나 욕을 잘하시던지... 형사에게 바짝 쫄은 저는 느꼈습니다. 아~~ 나는 죄짓고는 못살겠구나. 앞으로는 이런 곳에 절대 오지 말아야쥐~~ 이건 여담인데 책상에 앉아서 저와 담당 형사가 조서를 꾸미는데 웬 젊고 잘생긴 형사가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오더라구요.
그 젊은 형사 말하길 <증거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비닐 봉지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는데, 피묻은 식칼이 나오더군요. csi보면 미국 형사들은 증거물 취급에 만전을 가하던데, 울 나라 형사님들은 비닐 봉다리에 달랑 달랑 들고 오더군요..^^; 비난하는 게 아닙니다. 열악한 장비와 박봉, 살인적인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형사(경찰)들에게 항상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배짱이 없어 경찰계에 투신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응원하리라 깊게 다짐합니다.... 여담이 상당히 길었군여..-_-; 어쨌든 미국의 형사들하면 마이애미나 라스 베가스 등의 야한 태양빛 아래 쫙 빠진 젊은 미남,미녀 형사들이 떠오릅니다. 이게 다 헐리웃 영화의 영향이겠져...한국의 형사들을 가장 잘 그린 건 역시 <살인의 추억>이겠져...사건 미궁에 빠졌다고 점 보러 다니고...일본의 형사하면 <춤추는 대수사선>이 떠오릅니다. 그 영화에도 주요하게 다뤄지듯이 일본의 경찰은 캐리어와 논캐리어로 나뉘어져 국가 고시를 패스한 캐리어조만 출세의 길이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사메지마 형사는 캐리어로 출세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주쿠의 현장에서 혼자 고독하게 범죄와 대결합니다. 별명도 <신주쿠 상어>예요...이번 사건은 경찰만 연쇄적으로 사살하는 저격범을 추격하는 이야기랍니다. <경관혐오>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책은 분명 전개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며 한 마디로 재미있습니다. 영화를 보듯이 선명한 이미지로 가득찬 장면들이 많고, 범인 추적 과정의 긴박감, 액션의 쾌감과 혼돈과 죄악으로 가득찬 신주쿠 거리의 묘사도 좋습니다. 마지막 범인과의 일대일 대결의 서스펜스도 제법이구요...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의 참 재미는 <신주쿠 상어>를 보는 맛이겠지요. 안정된 출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자신의 한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도시의 범죄와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늠름한 모습이 바로 이 책의 진정한 매력포인트겠지요...
그러나 살짝 불만인 게 사메지마 형사가 왜 그렇게 정의감이 투철한 지 이유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마징가도 아닌데 태어날 때부터 투철한 정의감을 가지고 태어난 건지...범죄를 원수처럼 미워하기는 하지만 그러는 동인이 없더라구요...후속작에서는 좀 제시가 될는지... 그리고 이 사람이 캐리어 쪽에서 왕따인건 이해가 가는데, 일선 현장의 논 캐리어 형사들과도 담을 쌓고 사는건 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소설 속에서의 사메지마 형사는 동료 경찰들에게 거의 생리적인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별 이유도 없이 말이죠...제 생각에 고독한 한 마리 늑대(아니 상어!)라는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무작정 동료들을 무시하고 반목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별로 리얼리티도 없을 뿐더러 불쌍한 왕따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주인공이 멋지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멀쩡한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어서야 쓰겠습니까 ^^;
이런저런 불만도 있지만 재미만은 대단한 책으로써 후속작들이 매우 기대되는 바입니다. 하멧으로 시작해 챈들러를 거쳐, 맥도널드까지 대가들을 배출해온 하드보일드 장르가 일본에서 어떻게 현재 진행됐는가를 잘 보여주는 가작입니다.
(옛날 책이지만 번역은 불만입니다. 일본식 약어들이 그대로 나오더군요...지미헨(지미 헨드릭스),스트로보, 아가메무논(아가멤논)...이렇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