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위는 절대 무순

11. 베르세르크 -  미우라 켄타로

 

 

   대단히 염세적이며, 끝내주게 화끈한 작품이다. 시대 배경은 가공의 중세 유럽의 왕국이다. 악마들의 표적이 된 가츠는 시시각각 자신을 조여오는 악마들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대결을 펼친다. 작품의 압권은 가츠가 왜 악마들의 표적이 되는지 보여주는 가츠의 지난 이야기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고아였던 소년 가츠는 역시 고아로 이루어진 용병 집단 '매의 단'에 합류하여 단장 그리피스와 우정을 쌓고, 여성 단원 캐스커와 사랑을 나눈다. 눈부시게 비상하던 흰 매 그리피스가 타락한 귀족에 의해  어떻게 몰락하는지, 캐스커와 가츠의 사랑이 어떻게 부서지는지 작품은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더불어 중세인들을 미혹에 빠트렸던 광적인 종교에 대한 비판도 더한다. 거대한 칼을 든 가츠의 액션은 박력 그 자체이다. 중세풍의 그로테스크한 암울함이 작품의 맛을 더하는 걸작이다...

 

 

12. 용 -  무라카미 모토카

 

   흔치 않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대하 드라마이다. 시대 배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1930-40년대의 아시아이다. 오시코지 재벌가의 도련님 오시코지 류는 기생 코스즈를 사랑한다. 하지만 코스즈는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류의 곁을 떠나 그의 숙부에게 시집을 가 버린다. 절망한 류를 보듬어 주는 존재는 오시코지 가의 하녀 타쯔루 테이이다. 훗날 테이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영화 배우로 대성공을 거두고 감독까지 된다. 한편 전 아시아를 휩쓰는 전쟁의 여파로 류는 중국으로 건너가고,  아시아 평화를 위해 그 나름의 모험을 하게 된다.

요즘 작품 분량(권수)을 늘리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은 좋다. 격동의 시대였던 1930년대의 아시아(조선인도 비중있게 나옴.)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만남과 이별이 눈물겹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의 실제 인물들도 비중있게 나오며 제 2차 대전에 대해 일본 작가답지 않게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타쯔루 테이가 영화 배우로 성공하는 부분은 아주 세심하게 묘사되었고 흥미진진하다.

 

 

13. 러프 - 아다치 미츠루

 

  스포츠물과 연애물의 거장인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다. 이번엔 수영이다. 집안의 원수(라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님^^;;)인 두 남녀 고등학생이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스포츠 만화이다. 물론 아다치 미츠루의 전매 특허인 삼각 관계도 여전해 잘생긴 수영 천재 남자 대학생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도 한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특징인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대사와 쿨한 등장 인물들, 특유의 재치와 유머들이 살아 있다. 물론 수영 시합의 박진감 또한 잘 살리고 있다. 제목 '러프'답게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들이 점차 완성되어 가는 모습이 멋지다. 10년도 전에 읽었던 작품이지만 두 주인공의 상큼한 연애질이 아직도 새롭다. 마무리가 기가 막히는 작품이다...

 

 

14. 출동 119 구조대 - 소다 마사히토

 

  젊고 열정적인 소방관 다이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 만화를 보면 참 놀라운 게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 소방관 만화를 그릴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도 그럴 것이 늘 화재 현장의 위험에 노출되는 강렬한 드라마가 있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다이고는 정말 열정으로 뭉친 청년이다. 거의 사고가 나지 않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최고의 소방관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열혈 청년 다이고는 너무 멋지다. 아다치 미츠루의 쿨한 캐릭터들이 요즘은 인기라지만 역시 남자는 피끓는 열혈 아닌가!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을 열렬히 사랑하며, 화재 현장에 목숨을 거는 열혈 다이고는 멋지다. 특히 특별 소방 부대(특구)에 들어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면은 남자의 굵은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15.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작품이다. 그럼에도 묘한 감동과 재미가 있다. 제목은 우리 나라에서 멋대로 붙인 듯 한데, 경제학 교수 유택이 천재는 아닌 듯 하다. 괴짜라고는 할 수 있겠다. 유택 교수는 최대한 경제적인 삶을 살기 위해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발걸음으로 걷는다. 그의 관심사는 언제나 두 가지에 쏠려 있다. 경제 원리와 인간...유교수는 자신의 가족들을 끊임없이 연구, 관찰하며 인간에 대해 탐구한다. 때때로  패전으로 피폐한 1950년대, 젊은 시절의 유택이 등장하기도 한다. 유교수의 인간 탐구 결과를 담담히 기술하는 듯한 작품으로 극적인 사건과 재미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큰 울림과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위치를 걷는 유택은 연구를 위해 며칠 방향을 바꾼다.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간 첫 날, 웬 할머니가 나와 있다.

'늘 같은 시간에 들리던 구두 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되서 나와 봤다고...' 삭막한 도시 생활에 윤기를 주는 장면이 아닌가...이 작품에는 이런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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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2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 처음에는 잘 나가더니만, 요즘은 조금 핀트가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어요..^^
<베르세르크>는... 쫌 빨리 나왔으면~

jedai2000 2005-10-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업한지 9개월 됐는데, 지금껏 만화책을 단 한권도 못 봤다면 믿으시겠어요? T.T
<용>도 <베르세르크>도 본 지 한참 됐군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