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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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03년 영화 <미스틱 리버>의 동명 원작 소설로 유명한 데니스 루헤인의 신작이다. 498페이지의 꽤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책으로, <식스 센스>에 필적한다는 그 놀랍다는 반전으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그런데 본인은 운이 없어서일까? 우연한 기회에 반전을 듣고 말았다. T.T 그래서 자연히 책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져갔고, 이 책이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굴 때에도 그저 방관만 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히 올해 생일 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가 진지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됐다.

 

제목인 <살인자들의 섬>과는 무관하게 영어 원제는 이다. 셔터라고 여닫는 셔터는 아니고 그냥 섬 이름이 셔터 섬이다. 몇 년 전에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영화가 나왔었다. 최근엔 <마파도>라는 섬이 화제고...본인도 섬을 좋아해 안면도,대부도,월미도,송도(-_-;;)등 갖은 섬을 다녀봤지만 셔터 섬만큼은 가고 싶지 않다... 

 

1954년, 셔터 섬에는 살인을 저지른 정신병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정신 병원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여자는 자신의 아들, 딸을 익사시킨 후 그들을 다시 꺼내 식탁에 앉혀 놓고 아침 식사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환자들이 모여 있는 셔터 섬에 두 남자가 들어온다.

 

연방 보안관 테디 대니얼스와 척 아울이 그들인데, 셔터 섬에 수용되어 있던 여자 환자 한 명이 도망쳤다는 제보가 들어와 수사를 나온 것이다. 두 사람이 조사해 보니, 그녀는 20명도 넘는 사람에게서 도처에 감시를 받아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투명약이라도 바르지 않고서야...

다만 불가사의하게 실종된 그녀는 <4의 법칙>이라는 기묘한 암호를 남겼을 뿐이다.

 

한편, 테디 대니얼스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셔터 섬에 수감된 정신병자 앤드류 레이디스를 찾아내 죽이려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테디의 수색은 셔터 섬에 갑작스레 찾아온 폭풍으로 정신병자들이 몇 명 탈출해 혼란을 일으키면서 난항에 빠진다. 그 뿐이 아니다.  

 

병자와 간수, 의사, 간호사 할 것 없이 셔터 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뇌까린다. 테디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심지어 파트너마저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과연 셔터 섬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대강의 줄거리였다. 얼핏 봐도 대단히 흥미로운 얼개를 가지고 있다. 작가인 데니스 루헤인은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폭풍우치는 셔터 섬이라는 흥미로운 배경, 주인공 테디의 심리 묘사나 대화 등에서 보여지는 뛰어난 문장력을 비벼 넣었다.

 

빛나는 보석같은 작품이다. 긴 페이지 내내 독자의 시선을 단연 제압하며, 책을 읽는 외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데니스 루헤인에게서 제임스 엘로이(,<블랙 다알리아>)같은 거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애너그램(알파벳 철자를 바꿔치는 장난이랄까..)을 이용한 트릭(?)도 흥미로웠고, 이미 알고 봤지만 반전이 밝혀지는 장면의 긴장감은 폭발할 듯 했다. 다만 반전은 생각보다는 눈치채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이런 식의 반전을 이용하는 영화, 소설 등이 너무 많이 나와 독자들이 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깜짝 놀래키는, 뒤통수치는 반전이 아니다. 주인공이 느껴야 했던 절절한 고독과 상처, 기억들은 우리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후벼 판다. 주인공의 고통에 깊게 감정 이입을 해야 할 것이다. 그 곳에서 우리는 절망, 슬픔, 회한, 연민 등의 진실한 인간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발견의 경험은 고통스럽겠지만, 한번쯤은 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미있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책을 찾는 독자라면 주저말고 집어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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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몇년간 읽은 추리소설중 최고로 치는 작품입니다. ^^
근데 리뷰가 '쏟아'지는 군요.

jedai2000 2005-10-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작품이죠. 이 작가의 작품이 더 나온다네요. 그간 써놨던 걸 모아놓고 있지요. 2차 업뎃이 있을 예정인데, 근데 사진이 다 짤리는군요. 한가할 때 사진 전부 복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