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나고야 대학교 건축과 조교수이자 수십 편의 추리소설로 많은 인기를 모은 모리 히로시의 신작입니다. 국내에도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웃지 않는 수학자(절판)>가 소개되서 제법 인지도가 있는 작가로 볼 수 있겠네요. '미스터리의 대단함을 알리기 위해' 추리소설을 쓴다는 거창한 포부를 바탕으로 천재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트릭 지향의 작품을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웃지 않는 수학자>를 그럭저럭 꽤 재미있게 봐서 항상 신작이 나오지 않을까 관심이 가는 작가였는데, 조금 특이한 제목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가 발간되서 얼른 읽어보았습니다.

 

목차도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부터 '더더욱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아직도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까지 독특하고 표지나 본문 일러스트도 상당히 예뻐 눈을 사로잡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보니 미스터리라고는 할 수 없고, 모리 히로시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 혹은 판타지라고 생각이 되네요. 고야마 교수의 후배 교수가 실종되기 전에 알려준 특이한 음식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일정한 장소도 없이 아무 때나 연락을 하면 적당한 장소(폐교도 있고, 죽은 예술가의 아틀리에도 있습니다)에서 그럴싸한 고급요리를 파는 독특한 음식점. 그런데 항상 혼자서만 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이동 음식점으로 보아넘길 수 있겠지만, 아주 특이한 것은 매번 갈 때마다 여인 한 명씩이 들어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물론 별다른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함께 밥을 먹을 뿐입니다. 물론 돈은 혼자 간 고야마 교수가 내지요. 자기 돈 내고 무슨 거창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음식만 대접한다? 상당히 불합리한 조건이죠. 그런데 이 여인들은 십인십색, 한 명씩 알아갈 때마다 교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줍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인은 단둘이 밥을 먹으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교수는 곧 누군가와 함께일 때 꼭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는 이렇게 교수가 만나는 여인들에게 받은 묘한 감상과 깨달음, 신비스런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그려 나가는 소설입니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작가 모리 히로시가 이 작품에 애착을 꽤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본격 미스터리를 완전히 벗어나 다른 작풍을 추구하고 글솜씨를 제법 보여준 이번 작품이 작가에게는 그 의미가 제법 클 수도 있겠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모리 히로시 표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보았기에 약간 초점이 어긋난 독서가 된 감이 있는데(마지막 장에서 반전이 한 번 있긴 합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굳이 미스터리로 보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리 히로시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로 생각하세요. 아마도 모리 히로시는 특유의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미스터리와 트릭의 세계에서 약간 피로를 느꼈나 봅니다. 그래서 논리성이나 정합성보다는 환상성을 강조하는 이번 작품에서 잠시 쉬어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결말에 이르러서도 주요한 미스터리는 대부분 풀리지 않고 모호하게 끝을 맺습니다. 어딘지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니고, 잘 알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모르겠는 그런 신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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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4-0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같이 올랐습니다^^

jedai2000 2007-04-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

bongbong 2007-08-1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것이 F가 된다' 는 어떤가요? 아직 안 읽어봤는데...
신비한건 좋은데 글쎄요...정말 그 특이한 밋밋함은 어쩔수 없더군요^^

jedai2000 2007-08-1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컴퓨터나 로봇 이야기가 많이 나와 약간 복잡하지만 본격 미스터리로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굉장히 오래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조금 특이한 여자>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