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보면 등장인물 중 반드시 한 명 이상은 이혼남녀이다. 그 나라에 살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미국에서 이혼은 흠 잡힐 일이 아닌, 어떻게 보면 잠깐 살아보고 아니면 바로 갈라서는 그런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이런 이혼 선호(?) 사상을 약간 달라지게 만든 건 역시 2000년의 9.11테러 사건 이후가 아닐런지. 지금도 기억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당시 희생자 중 남편들이 아내에게 남기는 마지막 사랑의 말이 기사화되어 진정한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우리 딸 에미도 정말 사랑해. 우리 딸 에미 잘 돌봐 줘. 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꼭 행복해야 돼. 나는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할꺼야. 그리고 그 결정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할꺼야.
(NBC 보도: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기에 타고 있던 승객 제르미 글릭이 추락 직전 부인 리즈베스에게 마지막으로 한 전화내용)


 죽을 걸 알면서도, 또는 죽어 가면서도 한 번 두 번 쉴새없이 불러보고 싶은 아내의 이름. 이런 걸 보면 역시 피는 안 통해도 사랑과 정이 통하는 살붙이가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딘 쿤츠의 <남편>은 9.11 이후 누구도 함부로 믿지 못하게 된 미국 사회의 불안증을 가장 작고 소박하지만, 한편으로는 단단하고 소중한 부부 관계로의 회귀를 통해 극복해나갈 것을 역설하는 소설로, 아내를 납치당한 평범한 정원사 밋치가 온갖 어려움과 생명의 위기를 겪어가면서도 아내 홀리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비교적 단선적인 플롯임에도 불구하고 밋치 부부의 사랑과 믿음이 제법 가슴을 울려 모름지기 남편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혹은 부부 간의 사랑은 이래야 해 하면서 크게 몰입하며 읽었다. 이 이야기에 이렇게 몰입이 되는 걸 보니 본인도 장가갈 때가 된 모양이긴 한데...

 

딘 쿤츠는 우리에게 낯 익으면서도 낯선 이름이다. 미국에서는 <왓처스> 등의 호러소설을 통해 80-90년대를 통틀어 스티븐 킹의 라이벌로 이름을 떨쳤고,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은 수의 작품들이 번역되었다. 그러나 유독 국내에서는 별다른 이유없이 스티븐 킹의 아류 정도의 대접을 받은 것이 사실인데, 조악한 표지에 싸 보이는 모양새로 멋없이 책을 낸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남편>을 포함해 3편 정도의 딘 쿤츠 작품을 읽었는데, 여기서 누구의 우열을 말하는 것은 전혀 불필요한 일이고 간단히 말해 킹은 킹이고 쿤츠는 쿤츠다. 둘 다 훌륭한 작가고 확실한 페이지 터너들이다. 다만 스티븐 킹의 작품은 세부 묘사나 심리 묘사에서 좀더 문학적인 취향이 있고, 딘 쿤츠는 추격이나 모험, 반전 등 정통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의 요소에 더 충실한 것 같다는 이야기만 해둔다.

 

<남편>은 정공법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취한다. 사건의 전모는 비교적 초반부에 전부 밝혀지고, 그 뒤로는 밋치가 처한 여러 가지 위기들을 하나씩 타개해나가는 모험담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악한 자의 정체가 밝혀질 때가 제일 놀랍고, 작가 딘 쿤츠가 가장 공들여 묘사한 두 명의 프로 킬러와 사막에서 총 한 자루로 대결하는 장면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훌륭하다. 또한 아내 홀리에게 접근하는 납치범의 사이코적인 행태에도 소름이 끼친다(그 사이코는 어떤 물리적 위해도 가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말로 아내 홀리와 독자를 질리게 만든다). 이런 일에 경험이 전혀 없는 밋치는 계속 꼬여가기만 하는 상황이 거의 악몽처럼 느껴진다. 밋치가 이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아내의 손을 잡을 수 있을지 끝까지 관심을 잃지 말고 지켜보기 바란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에서 끊임없이 남편과 아내, 즉 부부의 사랑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는 바람에 속도감이 약간 느려진 것과 결말이 약간 시시하다는 것 정도랄까. 유행처럼 번진 반전강박증이나 요동치고 널뛰는 플롯을 배제한 요즘 보기 드문 정통 스릴러라는 것에 주목하면서 책을 읽으면 훨씬 재미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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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2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구입했어요..;;

oldhand 2006-12-2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가갈 때가 된 모양이긴 한데" --> 이것만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핫핫.

jedai2000 2006-12-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재미나게 보시기 바랍니다 ^^

올드핸드님...그러게요 ^^ 좀 있으면 서른인데 슬슬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아요 ^^

아영엄마 2006-12-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다이님은 아직 서른이 안되셨군요~. - 음음.. 저는 아직 마흔이 안 됐어요. (-.-)>

jedai2000 2006-12-3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스물아홉이 됩니다. ^^ 어이쿠 완전 큰 누님이신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