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최성현 옮김, 미카미 오사무 그림 / 도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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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흔히 아는 풀에 대한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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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 기념시선집 창비시선 300
박형준 외 엮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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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손난로로 쓰이는 오늘같은 날 다시 꺼내서 읽으니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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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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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가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대게 다르기 십상이다. 돌이켜보니 나의 20대가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 이직하거나 통째 전환하고자 했던 마음의 갈등. 그런데 지금은 맹송맹송하니 이도 저도 아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타고 있다. 불씨를 지켜가는 거보다 더 어려운 일은 밟아서 깨끗하게 없애버리는 일이다. 누군가 나와 같다면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흔이 조금 안 되어 나무먼지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평론, 기획, 출판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두 개를 병행하기 어려워 결국 그가 선택한 일이 목수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에는 미술의 흔적인 아름다움과 멋 부리지 않은 명쾌함, 성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목수 일을 하며 일기, 나무, 작업이야기 등을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지나치게 탐미적이지도 않고, 인체공학적이지도 않은 의자들이 탐이 날 정도였다. 이 책은 읽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과 스케치를 통해 저자의 글을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공학적 의자와 행동공학적 의자 이야기 등에 빙그레 웃음이 났다. 대략의 내용은 아래에 옮겨 적었다. 사실 임신 중에 매일 조금씩 들춰본 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정리하자니 그때의 느낌이 모두 살아나진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다시 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손에서 놓기 싫어진다. 저자의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재미 때문이다.

 

 "푹신한 소파보다는 오히려 딱딱한 나무의자에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까닭은 딱딱한 불편함이 몸을 끊임없이 조금씩 움직이도록 만드는데, 그게 인간의 행동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중략) 게으름뱅이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인간이란 움직이는 동물이다. 게으름뱅이들이 오래도록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그 후로 나는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의 어느부분을 불편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99쪽, 게으름뱅이를 위한 텔레비전 시청용 두개골 받치대 편.)

 

 여전히 매력적인 그의 의자들 그리고 위 세 번째 사진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 단풍나무로 만듦.] 작품은 아직도 볼 때 마다 새롭다. 목수 김씨의 작품을 보며 연상되는 생각이 끝이 없다. 여기서 끝이라면 이 책은 단지 도판이 아름다운 책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작업을 하며 난관에 부딪히고 결국 해결한 후 얻은 간단한 진리가 매번 다르지 않은 걸 보며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무릎을 탁- 친다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망각의 동물이 인간이다. 게다가 책을 읽으며 타인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무료로 얻어낸 값진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지금도 목수 김씨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 추운 겨울 어디선가 재료가 될만한 것을 구하느라 찬바람 속에서 땀을 흘릴지도 모르고 혹은 작업실에서 그간 모아둔 나무를 꺼내 부단히 작업 중일 수도 있다. 나무 톱밥 난로는 올겨울에도 사용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자니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이방에도 그의 나무 톱밥 냄새가 나는듯하다.

 

 20대의 나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느덧 30대를 지나고 있으니 40대에는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그때도 30대 때의 꿈을 보류하고 있을까? 그러지 않기 위해서 순간을 매진해야 할 것이다. 주저함은 지금의 시간도 깎아 먹지만 나중의 시간에도 영향을 끼친다. 느리지만 한 단계식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지켜가기로 마음먹는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목수 세계의 일을 저자를 통해 느낄 수 있어 감사한다. 나무는 좋지만 아무래도 나 같은 이는 목수는 못하겠다. 그러나 주변에 목수 한 명 알게 된다면 나무는 열심히 주워다 줄 거 같다.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목수의 손에 들려진 나무는 하나의 사물로 새롭게 태어나리라. 어리석음은 또 다른 어리석음을 낳을 수도 있지만(저자의 글에 그런 부분이 있었다. 영월의 옛 소나무 부분.)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발전한다. 이처럼 따지고 보면 쓸모없는 시간이란 없다.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목수 김씨처럼 그저 묵묵하게 할 일을 하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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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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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교수 아니 여기서는 선생님이라는 말이 더 정겹겠다. 정민 선생님이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쉽게 풀어쓴 한시 이야기. 그러나 어른이 더 좋아할 한 탐나는 책이라는 사실!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가 있다면 함께 읽으며 많은 이야기가 꼬리의 꼬리를 물 거 같다. 아- 빨리 커라. 우리 아가! (이제 8개월.)  

 학교 다닐 때 한문 시간은 정말이지 지루했다. 무조건 외워서 앞에 나와 적어야 하는 시간으로 채워졌기에 그랬다.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한문을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어렵고 지루한 한시라는 편견을 일깨워주는 책이라 제목만 보고 싫다는 사람들에게는 과감히 추천한다. 책 뒤편에 한시 원문도 모두 있으니 정말 알찬 책. 

 시(詩)와 그림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드러내지 않고 돌려 말하기에 한 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래서 자꾸 읽고 생각하게 된다. 여백의 미라고 했던가. 그 여백에는 무한의 것이 숨어 있으니 유한한 생각으로는 끄집어내기 어려울 터. 그러니 무한해질 수밖에 없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도 강렬하게!
 

 한가로이 누워 시를 부여잡고 굴러다니고 싶다. 그런 여유를 오랜만에 느끼게 하는 책. 자꾸만 꺼내서 안아보고 싶은 책이다. 정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미 알겠지만, 그의 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맑은 기운이 서려 있지만 날카롭게 뒤통수(그냥 뒤통수가 아니라 의식의 뒤통수이다.)를 친다는 점! 바로 최근에 다시 읽은 <책 읽는 소리>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읽어도 좋겠다. 


괴로이 읊다 (苦吟)

맹교 (孟郊)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生應無暇日)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 테니까 (死是不吟詩)

 

* 暇日 (가일) 한가한 날.

 

                           - 본문 20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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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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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책 읽는 소리를 들은 지가 오래다. 시대가 변해서일까. 바쁜 세상에서 그나마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책을 일일이 소리 내 읽을 수는 없다. 공중예절이란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부끄러움과 낯섦이 동반되니까. 그래서 낭독이란 이름으로 모여서 소리 내 읽거나 혼자 읽는다. 소리 내 사람들이 모인 곳은 아마도 어린이들이 많은 공간일 것이다. 배움을 위해 그저 읽고 또 읽어야 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방법의 차이를 말하려는 것뿐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는 책 한 권이 귀해서 읽고 또 읽어 아예 외우고 그러다 보니 말로 내뱉어지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는 그 뜻을 헤아리려는 마음가짐이다.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 과거를 봐야 해서 선비들이 글을 읽었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글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출사는 커녕 집안을 돌보지 않은 가장도 상당했으니까. 순수하게 학문 자체를 사랑한 사람도 있고, 책이라는 것에 열광하거나, 선현의 가르침 속에서 의미를 찾는 등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것을 손쉽게 차지하지만 더욱 깊은 내용은 아직도 책을 통해 찾는다. 그래서 책은 전자출판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  

 가볍게 읽고 그야말로 가볍게 버려지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나눠 읽거나(책여행) 중고로 팔거나 혹은 책장 구석에 처박아두기도 하는데 이따금 빼들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면 얼마나 따분할까. 나는 반대이다. 읽고 또 읽고 싶은 책 그러니까 자꾸 읽어야만 할 거 같은 책이 너무도 많아서 탈이다. 그래서 책장기준으로 일정분량이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이 정말이지 어렵다. 

 이 책의 구성은 1부에서 '옛 글을 읽는 까닭', 2부는 '마음 속 옛 글' 그리고 3부가 '옛 글과 오늘'이다. 정민 교수가 말하는 고전 속에서 오늘의 나를 재발견한다. 그게 참 흥미롭다. 나와 무관할 거 같은 한문고전에서 마음이 울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책읽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소중했다. 

 책마다 장서인을 찍어두고 남에게 절대 빌려주지 않는 이에게 박지원이 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했다. 책은 따로 주인이 없다는 말(1부, 40쪽.)은 늘 생각하고 있는 바이다. 책도장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고 책도장은 만들어 오래도록 소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과 뿌듯함을 준다. 단순히 소유욕만 앞서지 않는다면 행복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쌓아두면 든든하지만 동시에 책이 그저 물건이 되어 내 발목을 걸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책에 날개를 달아주자는 독서캠페인이 독서가들 사이에 자연스레 진행되는 것이리라. 

  요즘은 책이 읽고 싶으면 얼마든 사거나 나눔, 도서관 등을 통해 구할 수 있으니 행복한 시대이다. 오히려 넘쳐서 책이 버려져 큰일이다. 그리고 이를 비웃듯 한쪽에서는 읽고 싶어도 순환되지 않아 못 읽기도 하니 아이러니다. 어느 시대나 균형 잡기가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이 책에는 페이지마다 보물 같은 내용이 많아서 따로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서 엣 글도 좋지만, 저자 정민의 글 또한 훌륭하다. 단순히 소개하고 나열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에게 들여다보는 열쇠를 쥐여준다. 열쇠를 손에 쥐었으니 우리는 그저 열고 들어서면 될 일이다.

 
 "도구적 지식이 판을 치는 사회에는 깊이가 없다. 깊이가 만들어내는 그늘도 없다. 우주를 읽고 사물을 관찰할 줄 알았던 선인들의 인문적 소양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1부, 46쪽.)

 
 책 읽는 횟수 즉 재독, 기록과 관찰 또 되새김을 통한 통찰력이 의식을 성장시킨다는 저자의 말은 그래서 와 닿는다. 2부에서 선인들이 나누던 문장과 낭만이 지금 시대에는 다른 방법으로 바뀌었겠으나 그네들만큼의 진중함과 모자란 낭만이 문득 아쉽다. 

 3부에서 살펴본 옛글과 오늘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글뒤에>를 통해 본격적인 나만의 책읽기가 시작된다. 표면적으로는 우리고전을 통해 정민 교수가 산책로를 안내하지만, 독자의 내면에서는 이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책읽기에 대한 의문과 정의가 재정비될 것이다. 그래서 조용하지만 따끔하게 경종을 울린다. 마치 그의 또 다른 저서 <죽비소리>처럼 말이다. 올해를 시작하는 책으로 읽기를 참 잘한 거 같다. 그전에는 몇 년을 드문드문 읽었다. 워낙 저자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독하며 나름의 시간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어...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살짝 말을 바꾸어 보았다.) 

 책의 표지화가 그래서 인상적이다. 금은보화가 따로 없다. 책이 답이다. 그 속에 길이 있으니 열심히 좇다 보면 나만의 책세상이 열리겠지. 올해 책읽기 목표가 꼬리의 꼬리물기인데 어떤 숲으로 들어갈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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