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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30/pimg_7431911951214991.jpg)
왜 사람들은 돈 얘기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요. 다 쉬쉬해요. 교감 선생님은 자살하셨고, 살아온 선생이라도 진실을 말해줘야 하는데 말하는 게 신뢰가 안 가요.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한 선장이나 선원도 그렇고, 한시간 넘게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왜 해경이 안 구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진도 관제센터가, 정부가, 청와대가 그 시간에 뭘 하고 있었는지 유족들은 알아야죠. 작은 회사에서도 사고가 나면 증언만 듣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부서별로 자료, 문서 다 취합해갖고 사고과정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는데, 이건 국가잖아요.
(82쪽,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 씨 이야기)
* * *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는 여러번 크게 통곡했다. 온 집안에 그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가슴이 쪼그라들 것 같이 아프다는 그의 슬픔이 전해져 한참을 함께 울었다. 그는 증오와 분노, 그리움과 결연함을 넘나들며 감정을 완전히 터뜨렸다가도 다시금 가다듬기를 반복했다. 그가 이 끔찍한 비극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그 대단하고 고통스러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능력이 없어서 그에게 또 한번 미안하다. 그는 요즘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간담회에 다니고 있다. 그것은 억울하게 떠나보낸 아들에 대한 의리이자 스스로 하는 치유이며,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린 한 인간의 저항이다.
(112쪽, 2학년 6반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 이야기)
나무(신호성 학생의 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136쪽, 책을 좋아했던 아들 신호성 학생의 詩)
* * *
시간만 끌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진도군청에 있었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는 계속 언론플레이를 했어요. 잠수부가 몇 백명이 투입됐다느니, 사상 최대 구조작전이라느니. 그런데 우린 팽목항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여기는 구조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어요. 그나마 셋째 날부터 겨우 들어가는 시늉만 했고 그전에는 아무도 안 들어갔어요.
(292쪽, 2학년 10반 김다영 학생의 아버지 김현동 씨 이야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30/pimg_7431911951214992.jpg)
▲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275쪽. (그린이 : 조남준)
책과 마주하기 어려워서 손에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읽어야 하는데 이들의 슬픔과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또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예상처럼 책을 절반도 못 읽었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러 번 울었다.
밤에 자기 전에만 읽었다. 어느 밤은 무서웠고 어떤 밤은 분노했다.
언론과 나라에 기대고 살 수 없다는 사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슬픔,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과 절망, 분노, 상처.
그리고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
아들, 딸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전해졌다.
모든 남학생들은 내 아들 같았고,
모든 여학생들은 내 딸 같았다.
내 아이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끝없는 싸움의 끝을 봐야 한다.
아니 확인해야 한다.
* * *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 * * *
http://416act.net/notice/2548?ckattempt=2
416연대 :: 알립니다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시행령 개정안 수용 촉구 각계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시행령 개정안 수용 촉구 각계 선언문.
선언문을 읽어보시고 내용에 동의하면 서명해 주세요~
저도 하고 왔습니다. 이름과 메일 등 간단합니다.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고 가시더라고요. `아, 그 당시에 나는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남의 얘기였고 나와 먼 얘기였는데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어요.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휴, 그 사람들이 부르짖을 때 저희는 뭐 하고 있었나요? 전혀 생각을 안 했어.
그런 거에 대해서. 나만 보람있게 잘살면 된다는 그런 거였지.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안핬던 거예요.
의(義)를 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여기서 터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329-330쪽, 2학년 8반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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