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끼적였던 이레 출판사의 월든.

이레 출판사의 월든은 이제 판매하지 않는거 같다. 검색에 없는걸보니.

 

 화면에서 오른쪽 책이 이레 출판사의 <월든>

 

 

'월든'은 늘 가까운 곳에 두고 이따금 제목만 쳐다보아도 편한 책이다.
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수에 살던 때와 같은 28살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당시 나는 직장생활에 찌들어 있던 터라 퇴근 후 늘 독서를
하며 무료함을 달래고는 했다. 월든은 비단 나뿐이 아닌 많은 이에게 이런
즐거움을 선사했으리라 믿는다. 예전에 가수 '한영애'씨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그녀도 힘들 때 이 책을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같은 동질감까지 느껴졌다.
내게는 그만큼 이 책이 소중하다.

'얼마나 많은 가을날과 겨울날에 마을 밖으로 나가 바람 속에 들어 있는 소식을
들으려고 했으며, 또 그 소식을 지급으로 전하려고 했던가!' 29쪽

이 말에 걸맞게 그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나무 테를 세다가 독감에 걸렸고 후에
폐결핵으로 사망했으니 말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데,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132쪽

명백한 진리는 시대를 초월하여 적용된다. 그의 말이 맞다. 간소하게!
때로 내가 벌이려는 일들을 보면 너무 많은 것을 안고 가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버릇이 생겨버렸다. 메모하기...이 버릇은 늘 여전해서 얼마 전 만난
후배는 내가 아직도 메모 수첩을 가방에 챙겨다니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메모하고 완성된 것이나 불필요한 것은 선을 긋는다. 선 긋기 놀이의 묘미랄까...

'긴 줄에 꿸 만큼 많은 물고기를 낚지 않으면 운이 없거나 시간 낭비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내 호수를 바라볼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낚시
질의 불순물이 가라 앉고 그 목적이 순수해지기까지 그들은 아마 천 번쯤은 낚시
질을 가야 할 것이다.' 307쪽

결과에 집착해서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드는 허탈감보다 얼마나 바람직하고 삶을
즐기는 적절한 태도인지 모르겠다. 진지한 관찰과 그것을 삶으로 연장하는 안목이
탁월하다.

'대자연이 생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희생되거나 서로를 잡아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 차라리 다행스럽게 여겨진다..(중략)..자연은 그것을
허용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452쪽

그러나 지금의 자연은 어떠한가? 인간이 파괴함으로 인해 자연은 그럴 여유가
없는 상태이다. 그가 최초의 환경보호론자였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물론 옛 선조는 모두가 그럴 테지만 말이다.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의해 표가 나도록 되어 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 나는 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의 돛대 앞에, 갑판 위에 있기를 원했다. 나는 이제 배 밑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 461쪽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477쪽

책에는 그의 기질이 충분히 들어있고 재미있는 문장력으로 이야기해 준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지루하게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괜찮았다.
그는 은둔자가 아닌 세상에서 잠시 나와 그곳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본 사내였다.
세상을 사랑하고 따뜻하게 안으려 했으며 동시에 비판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진심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책을 펴볼 때마다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월든]을 기억하는 것이다.

- 4338.11.25.쇠의 날

 

긴 줄에 꿸 만큼 많은 물고기를 낚지 않으면 운이 없거나 시간 낭비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내 호수를 바라볼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낚시
질의 불순물이 가라 앉고 그 목적이 순수해지기까지 그들은 아마 천 번쯤은 낚시
질을 가야 할 것이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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