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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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민음사(2001)

원제 Homage to Catalonia (1938년)​

 책장에 오래도록 있었던 조지 오웰의 책을 잡았다. 사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버려서 즉흥적으로​ 선택했다. 스페인 내전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네 5.18처럼 부당한 상황을 재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혹은 일어났던 일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 마침 눈에 띈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2006년 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책인데 이제야 제대로 읽어보았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1936~1939. 한참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던 시대)이며 당시 직접 공화파 의용군으로 참전한 오웰의 기록문학이다. 당시 파시즘에 반대하고자 반파시즘으로 즉 파시즘과 싸우고자 스페인에 온 외국인들이 많았다. 오웰을 비롯한 헤밍웨이 등의 지식인들도 있었는데 이 책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헤밍웨이」를 통해 당시 상황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조지 오웰의 책은 기록문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읽어보니 알겠다. 왜 그런 것인지.

 정부군과 군부 프랑코 장군의 반란군(쿠데타군)의 대치였는데 결국 프랑코 장군의 파시즘 세력이 승리한다. 오웰은 정부군 입장(통일노동자당)으로 패배했다. 그런데 오웰은 이 내전에 참가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경험한다. 스페인 혁명을 가로막는 세력이 오히려 좌익임을 발견하며 자신이 속한 통일노동당이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사실 통일노동당을 오웰이 선택한 게 아니라 파시즘의 반대편이기에 자원했던 거였는데 결과는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이었다. 이를 통해 혁명의 세력이 누구이냐에 따라 진정한 승리와 그 반대인 패배로 이어지는 결과를 겪었다. 패배란 그저 상대 세력에 눌렸다는 거뿐만이 아니라 배반으로 이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야말로 혼란의 시기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오웰은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확장해 가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참여할 때는 파시즘에 반대한다는 정의감 등이 앞서서 자세한 상황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직접 참여해서 겪은 내전에서 총알에 맞아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체험하고 스페인 사람들의 엉뚱함과 색다름을 느낀다. 그래서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 내전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에게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오래전에 읽은 「1984」, 「동물농장」을 다시 읽어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나는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마치 수동적인 물체처럼 그냥 존재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중략…)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러니까 나 자신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전선에서 보낸 처음 서너 달은 내가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무익했다. 그 시기는 내 인생에서 일종의 휴지 기간이었다. 이전에 살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으며, 아마 앞으로 살게될 어떤 삶과도 다를 것이다. 그 시기에 나는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중략…) 대다수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란 계급 없는 사회일 뿐이다. 그것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용군에서 보낸 몇 달이 나에게 귀중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제8장, 138~141쪽 부분발췌)

 

 영국에서는 아직 정치적 불관용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중략…)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숙청>하거나 <제거>한다는 생각은 아직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셀로나에서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13장, 254쪽 부분발췌)

​ 책의 앞부분은 블랙코미디 같으면서 재치가 있다. 중반 이후부터는 당시의 상황과 특히 11장은 오웰의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셀로나 시가전에 대해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오웰이 사실은 왜곡시켰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관적이지만 기록적이었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오보되고 있는지 짚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사건의 전말은 과연 진실일까? 그것들을 모두 제대로 가려 볼 수 있는 능력과 관심이 시급하다. 오웰이 말했듯이 말이다. '진짜 쟁점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다. 비방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11장, 231쪽)' 특히 선거때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기만 하는 식의 경쟁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국회에서 싸우기만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다.


나의 당파적 태도, 사실에 대한 오류, 사건들의 한 귀퉁이만 보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왜곡을 조심하라.

(14장, 295쪽 부분발췌)

 책을 읽다가 불현듯 옛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오래전 드라마로 <제5열>이 있었다. 당시 이영하, 한진희 등의 배우가 나왔는데 내용은 거의 잊었지만 그 분위기가 기억난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원작자 김성종의 작품들이다. 책으로 읽은 적은 없지만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들. 한 시대를 풍자하고 사건과 그 앞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의 환멸과 희망이 떠오른다. 조지 오웰 또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서 느꼈을 경험적 자산에 여러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이후 그의 문학적 행보에 영향을 미친 정치적 견해나 의지의 뿌리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끝으로 이 책을 번역한 정영목 교수가 발췌한 오웰의 글을 나 또한 적어본다.

 정치의 목적 ㅡ <정치적>이란 용어는 이 경우 가능한 한 넓은 의미의 것이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ㅡ​「나는 왜 쓰는가」에서  

 ■간단 서평: 조지 오웰에 의한 스페인 내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오웰을 이해하기 위한 책.

 

나의 당파적 태도, 사실에 대한 오류, 사건들의 한 귀퉁이만 보았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왜곡을 조심하라.



(14장, 295쪽 부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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