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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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는 전문 역사가는 아니지만 그녀의 책은 유명하다. 아니 그녀만큼 집념 있게 한 우물을 파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는 끊임없이 독자와 만나는 듯하다. 오래전에 도서관 갈 때마다 조금씩 읽었던 책인데 다시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그녀의 전쟁 3부작을 발견하면서 주저 없이 꺼내들었다.

 다시 작가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고등학생 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읽고 이탈리아에 관심을 갖고 결국 대학교 졸업 후 이탈리아로 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여러 자료를 토대로 조사해서 책을 집필하는데 몇 십 년이란 시간을 다 바친 사람. 몰입하면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 같다. 물론 모든 역사소설은 저자의 주관적 견해가 들어가기에 역사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야 객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선뜻 그녀의 책과 만나는 것을 주저했는데 결국은 시작해버렸다.

 이 책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전쟁 3부작의 첫 권으로 오스만투르크와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틴 제국의 이야기이자 천 년 넘게 이어온 그리스 로마 문화인 동로마 제국의 끝을 보여준다. 물론 동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서유럽으로 이동한 이들과 이후 피어난 르네상스를 보면 한 문명의 멸망은 다른 문명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이교도와 서양 기독교 문명의 충돌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이​ 당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곳임을 떠올리면 여행자들이 그곳에서 느끼는 시공의 역사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다.

 사실 술탄 메메드 2세가 아니었어도 동로마 제국은 서서히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옛 로마의 영광을 재현할 수만은 없었는데 유럽과 아시아의 가교로 지리적 위치 또한 그랬고 이념도 너무도 달랐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었으며 동시에 공생과 중립이 존재했다. 그 사슬을 끊어낸 21세의 젊은 메메드 2세​와 동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그리고 콘스탄티노플의 중심에 있던 성 소피아 대성당. 당시의 비잔틴 제국은 해군은커녕 육군도 없었다는데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 것이다. 지중해 세계 최고의 도시였던 콘스탄티노플의 가치를 간파한 메메드 2세는 젊고 또한 거침없었다.

 대부분의 역사는 그 초점이 인물 내면 묘사가 아니라 드러나는 업적이나 사건 등에 집중한다. 객관적인 역사 전달을 위해서겠지만 사람이 관여하는 일이니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한 획을 긋는 일들을 한 이들이다. 위대하거나 졸렬하거나. 독특한 인물이나 혹은 평범한 인물이더라도 권력과 만나게 된다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사실 평범한 이라도 권력을 손에 쥔다면 원하는 바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루려는 과정에서 한계와 부딪친다면 더 갈증이 느껴지지 않을까.


 미셸 푸코의 말을 들자면 '권력, 그것은 제도도 아니고 구조도 아니며, 어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권한도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의 복합적인 전략적 상황에 붙여진 이름이다(Foucault, 1976, 122)' (『미셸 푸코, 살림지식총서 26』)

이렇듯 권력은 어떤 상황을 전제로 당시 누군가나 다른 세력과 마주하는 것(대부분 사회지도층이겠지만)으로 메메드 2세만의 권한이기보다 당시 오스만 제국이 나아가기 위한 당면 과제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야망일 수도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발전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50여 일의 과정을 보여주며 전쟁에 관심 없는 아니 싫어하는 나 같은 이도 결국에는 재미있게 읽었다.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는 건 좋다. 당시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볼 수 있으니까. 메메드 2세가 당시 동로마제국의 학식 있는 게오르기오스를 등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약간의 상상력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르며 콘스탄티노플 함락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물론 배경지식을 재검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세계사를 다시 읽어야겠다. 한국사도 그렇고. 그래야 시오노 나나미의 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사실 이 책은 인물 몰입도는 크지 않고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긴장감도 크진 않았다. 그럼에도 주제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 서평: 어렵지 않게 만나는 세계사 이야기 중 한 꼭지. 시오노 나나미의 글 중 하나이겠지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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