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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2 (양장)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의 길목에서 거짓말을 읽기 시작해서 2권은 겨울에서야 이어간다. 긴 말이 필요 없는 노희경의 드라마.
이번에는 그저 기억에 남는 대사를 적어 두는 걸로 마무리한다. 언제부터인가 서평쓰기는 하지 않고 짤막하게 밑줄긋기라도 해야겠다며 근근이 적어간다.
사랑에 관한 솔직한 표현이 이다지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예전에도 알았고 물론 지금도 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런 면에서 훨씬 솔직한 이들이 아닐까. 불혹을 앞두고도 이들의 어여쁜 사랑에 잠시 마음이 떨려올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준희가 했던 말을 마지막으로 적는다.
'길을 걸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선배가 자꾸 보여요.'
작가처럼 나도 준희를, 성우를, 은수를 사랑했다. 그들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었기에.
성 우 (하늘 보고, 씁쓸하게 웃으며) 난 순간이래도, 거짓말이래도 좋다. 맘대로 느끼는 대로 속 시원히 지껄여나봤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밖에 없어요, 당신도 나밖에 없죠? 바다 건너 도망갈까요? 산 너머 도망갈깔요? … 3년 만기 적금이야, 어떻게 들어가든 말든, 엄마가 속상해 우시든지 마시든지 …. (28쪽.)
은 수 이동진, 끌리면 끌리는 대로, 느낌 가면 가는 대로 행동해. 끌리면서 안 끌리는 척…… 괜히 복잡하게 하지 말고. 감정 문제에 있어선 여자보다 남자들이 의외로 더 복잡하드라. 준희도 그래, 부분데 친구라고, 바람피면서 사랑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걔랑 사귀는 거야. 그냥 만난다고? 웃기네. 용건 없고 감정 없는데 뭐 하러 그냥 만나냐. 일어나, 가게. (31쪽.)
장 어 너만 잘났다고 생각하지 마. 니 멋대로 그러지 말라고. 피하지 마. 사랑해보고, 그때 가서 끝내도 늦지 않어, 뺏길 것도 없는데 뭐가 무서워, 영화에서처럼 잘될 수도 있어. (62쪽.)
성 우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약자야. (71쪽.)
준 희 (성우 얼굴 자기 쪽으로 돌리고) 난 선배 보고 얘기할 수 있어요. 헤어질 수 없다고. 언제까지 거짓말할 거예요. 아니라고, 헤어질 수 있다고, 언제까지 거짓말할 거냐구요. 인생에서 한 번쯤 욕심껏,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살 수 없어요? (눈물 그렁해) 나랑‥ 정말 놀았어요? (97쪽.)
준 희 선인장 잘라봤어요?
성 우 ?
준 희 선인장을 잘라보면, 온통 그 안에 물이에요. 눈물처럼 찝찔한 물이요.
성 우 ‥‥눈‥‥물?
준 희 그때부터 선인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나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 난, 성우 선배가 왠지… 그런 선인장 같아요…. (291쪽.)
성 우 걜 볼 때마다, 난 매일, 걔가 내 몸에 난, 가시를 뽑아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거 같았어. (눈물 참고) 낮에 준희 만났어. 얼굴이 너무 까칠하드라. (왈칵 눈물 나는, 하숙 보고) 언니, 난 걜 닮고 싶었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으며) 그런데, 그런데 걔가‥ 날 닮아가더라. 아퍼 보였어…. 그렇게 만들기 싫었는데‥. 안고 싶었어. 하지만, 안아줄 수가 없었어. 못 보낼 거 같아서…. 못 보낼 것 같았어‥. (눈물 닦고, 하숙 보며) 은술 잊을 수 없대. (다시 눈물 나는) 난 잊을 수 있겠지…. 난 그 사람만큼은 이쁘지 않으니까, 그치? (295쪽.)
우 (고개 돌리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그 아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아이는 알까? 모르면 어떡하지? 보내는 내 마음, 모르면, 어떡하지? 그것도 모르면‥‥. (299쪽.)
자막: 그들 중 누구도 서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행복했다, 거짓말처럼.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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