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고민고민
송수빈 지음 / 문학의전당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쓰던 동시는 꾸밈이 없고 쓸데도 부담이 없었다. 그저 일상적인 생각과 느낌을 쓱쓱 썼기 때문이다. 커갈수록 시어는 많아졌으며 표현이 어려울 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시를 쓰고 그만두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시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아쉽다. 남아있는 시도 없다. 그런데 여기 열 살 아이의 시집과 마주하노라니 어찌나 반갑고 또한 부러웠는지 모른다. 
 
 송수빈양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시 100편을 쓰면 내준다고 약속한 시집이 바로 이 시집으로 수빈양이 아홉 살에서 열 살로 가는 시기에(몇 편은 더 어릴 때.) 대부분 썼으며 그림도 직접 그렸다. 아이의 마음이 담긴 시는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아이가 그렇게 썼기에 읽는 이마저 동화시키는 것이다.
 
 세 살 수빈이는 바다와 파도를 보고 우윳물이라고 감탄했다. 첫 시부터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어른의 눈에는 아마도 소금물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다른 이들은 웃으며 지나쳤을 아이의 말을 부모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이의 말, 단어, 시를 오롯하게 느끼고 그 순간을 포착해서 기억화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다. 수빈이의 감성을 키워주고 이해해준 부모님이 있어서 탄생한 시집의 의미는 그래서 각별하다. 이 얼마나 값지고 평생 기억할 부분일까.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 아니고 무엇일까.
 
 겨울의 빼빼 마른 나무를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준다는 '겨울나무'(46쪽.)의 마지막 한 줄이 인상 깊다.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따스한지 느껴졌다. 그밖에도 '우리 선생님'(88쪽.)의 4연에서 세상의 모든 기운을 모아 선생님께 드리는 이유가 아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라는 표현도 예뻤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102쪽.)를 읽으면 아이에게 참 좋은 아빠임도 느껴진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수빈이라는 나무가 앞으로도 더 크게 영글어가기를 빈다.
 
 이 시집은 시의 형식을 빌린 한 소녀의 성장 일기가 아닐까 싶다. 중학생 수빈이는 이제 시를 쓰지 않지만 방송작가를 꿈꾸며 대본을 쓰고 싶어 한단다. 이렇게 포근한 마음결을 가진 아이가 성장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된다. 초파리가 되어서 쓴 시도 신선했다. 나는 그 많은 것 중 초파리가 되어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해본 거 같은데 말이다. 경쾌하고 따스한 열 살 아이의 시집이었다.
 
 시집으로도 좋았고 더불어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느낀 바가 크다. 나도 내 아이들의 세계를 함께 이해하고 잊지 않도록 남겨야겠다. 그리고 아이를 진정으로 공감해주는 부모이고 싶다. 아이게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을 다시 돌아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간단 서평: 열 살 아이의 행복한 시집. 두근두근 고민고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