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
조은강 지음 / 황소자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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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잡는 첫 책은 예술책이면 좋겠다고 마냥 생각했다. 그래서 좀 둘러보다가 이상하게도 이 책에 손이 닿았다. 성당기행 하니까 오래전에 읽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도 떠오르고 내가 가본 성당중 인상적인 곳이 어디인지도 생각해보았다. 책에 나오는 14곳의 국내성당을 보며 풍수원 성당 한 곳만 가보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친구네 결혼식 때문이었는데 4월의 풍수원 성당은 인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이어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책을 통해 풍수원 성당이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 조은강은 신앙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래전 세례를 받았지만 신앙이나 믿음과는 상관없이 무교와 마찬가지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성당기행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심적 모습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내가 현재 종교를 갖고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종교와 상관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성당의 독특한 건축양식은 외적으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안에 품은 의미와 역사 그리고 사람의 믿음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성당은 거대한 기도서가 되기도 한다.

 

 14곳의 성당기행 중 8번째로 가게 된 양양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 후 저자는 그때부터 내면을 돌아보며 신앙에 대해 받아들이게 된다. 종교는 누가 강요하거나 설명해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느껴야만 하며 시기가 있는듯하다. 다만 교만하지 말 것이며 믿음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또한 지나친 생각은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내가 사회에서 배운 건 일하는 법, 돈 버는 법, 이익을 얻는 법뿐이었지 사람 대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사람 그 자체가 목적이기보다는 수단이었다. 사람을 통해 돈을 얻고, 사람을 통해 행복을 꾀하고, 사람을 통해 이익을 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러든, 상대가 그러든 그것이 당연했다.

 

 

- 141쪽, 양양성당에서 낯선 사람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저자 또한 우리처럼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앞만 보며 뛰어다니다 멈춰보니 모든 게 이상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결정된다. 잠시 쉬었으니 다시 달릴 수도 있고 더 많은 휴식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제 물질적 여유보다 내면을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재취업 대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다시 성당기행을 하며 책을 마쳤다. 그녀의 변화를 지켜보며 공감했고 응원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마치 백년은 더 살 사람처럼 '미래'에만 집착했다면 이제는 남은 삶이 한 달밖에 없는 사람처럼 '현재'에 충실하게 된 것이다. 책임이나 의무에 얽매이고, 남들 보기에 이상해보이지 않는 삶으로 포장하는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 165쪽, 용소막 성당에서.  

 성당기행 자체로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듯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종교를 품지 않은 이들에게 성당에 대해 보여주는 일부가 될 수도 있겠고 냉담중인 이들에게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 나는 어떤 쪽일까. 오래전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지금은 시댁을 따라 개신교회를 다니는 중이라 그리운 이름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간단 서평: 저자의 개인적인 신앙의 빛을 찾아가는 성당기행. 우리나라에도 참으로 많은 성당이 있음을 알게 되며 종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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