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2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권 에셔와 함께 하는 미적 탐험 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그리트와의 2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흥미진진함이 계속되었다. 마그리트의 철학과 예술은 익히 관심분야였지만 더불어 달리도 살짝 다시 만났고 무엇보다 세잔의 그림을 다시 접하게 된다면 천천히 들여다봐야겠다. 그저 내가 선호하는 그림이 아니네 했는데 그림을 알고 보니 관심이 생겼다.
 
 원초적 지각(64쪽.) 편에서 마그리트와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보며 이후 세잔의 애매모호한 그림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축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보인다. 불투명한 경계의 뭉게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랄까. 이쪽 철학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꽤 신빙성 있어 보인다. 사실 산다는 게 어떤 철학 하나만이 옳은 진리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나이가 먹어가면서 제법 두루뭉실해지고 있다. 또한 그 어떠한 것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진짜 화가는 손이 아니라 머리로 그린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론적 기술만이 다가 아닌 세상이다. 저것도 예술이냐는 논란을 받은 작품이 나온 지 꽤 되었으니까 말이다. 모두의 눈에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은 없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공존이 곧 예술의 새로움으로 이어지니까. 현대 예술이 내면의 직관을 밖으로 표현하는(87쪽.) 모습은 공감하는 바인데 정말이지 말해주지 않으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예술은 쉽고도 어려운 것인가 보다. 아니 어쩌면 아이들의 열린 눈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자화상을 앞으로는 더욱 쳐다보게 생겼다. 렘트란트의 자화상은 특히!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야 하니 거론하지 않겠다.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 점점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미궁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인식의 틀을 벗어던지게 된다. 과연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 책에서 나갈 수 있을까? 책 밖으로!! 이 이야기는 내가「미학 오디세이 1」에서도 했던 이야기인데. (316쪽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책의 거의 끝부분에 에셔와 마그리트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노라니 내가 에셔보다 마그리트를 더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개인적으로 난 수학과 논리학 쪽 형식 체계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에셔의 발상이 재미는 있지만 감성과 다른 부분까지는 공명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에 반해 마그리트의 사유적 내용은! 나와 강하게 공명한다. 새삼 확인하며 예나 지금이나 난 변함이 없음을 알았다.
 
 1권만큼 재미있는 2권. 3권도 그럴까? 내가 모르는 피라네시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생각해보니 3권은 넘겨본 기억이 전혀 없다. 미지의 세계로 흠뻑 빠져봐야겠다. 거참 재미있는 책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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