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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1. 카모메 식당. 영화와 책의 연결고리.
일본영화 중 <카모메 식당>이라는 독립영화가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소문을 듣고 꼭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영화. 그런데 마침『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이란 책이 내게로 왔다. 정말이지 우연처럼. 결국 난 이 책을 읽은 것을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충분히 없애고도 남았다. 그렇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찾아서 보고 싶다. 보지 않았어도 책 뒤편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따로 나와서 글을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카모메(カモメ)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이다. 카모메 식당은 일본이 아닌 핀란드에 있는 식당이었다. 저자는 영화를 보고 자기처럼 30대 여성들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무언가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등의 이유로 고민하는 그녀들을 찾아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탄생한 책이 바로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9명의 또 다른 그녀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독자를 초대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이어진 저자의 여행이 결국 이렇게나 새로운 형태로 탄생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것은 분명히 독자, 특히나 30대 여자라면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2. 책 속에서 만난 그녀들.
그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패기의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서자 마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로 원했던 삶이었는지 회의하고 고민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용감하게 도전한다는 게 그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삶을 살고자 그들의 상황을 180도 바꾼 게 아니라 질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오히려 반대로 잘 나가던 직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소비적 삶의 형태를 버린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얻거나 새로운 출발을 했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른 길을 찾아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것도 제법 나이를 먹어서 말이다. 아직도 이들은 삶을 살아가는 중이기에 현재 진행형이다.
다섯 번째 손님, 이수진 씨는 재능을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하며 봉사한다. 그리고 일곱 번째 손님인 이반디 씨는 글로 삶을 치유한다. 특히나 이반디 씨는 나처럼 주부이다. 육아에 가사 또 병시중까지 하면서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일(동화. 글쓰기.)을 하며 행복해한다. 우리에게는 모두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도 절실하게.
책장이 넘어갈수록 문득 숨어 있던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결혼 전후로 많이 고심했던 것들이. 내가 원한 삶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더디게 진행되는 거 같아서 우울했던 시간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처럼 절망하지 않는다.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려움 없이 헤쳐간 당신들을 보니 지금의 난 많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기분 좋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
나만이 아닌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니. 더 많은 독자와 만났으면 좋겠다. 키친 & 소울 시리즈는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예담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책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나처럼 30대 여성에게 더없이 따뜻한 책이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니까. 사실 누구에게나 삶에 대해 자각하게 하는 내용이라 그들의 삶을 동경하거나 좇기보다 함께 공감하면서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된다.
현실에 발목잡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떠올리면 더 강해질 것만 같다. 오랜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당신들이 있기에 세상이 더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그리고.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럴 테지만. 담백하고 고요할 것만 같은 세계가 실은 발 디딜 틈 없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살면서 얼마나 더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해야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래서 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없으며 그래서 만들어가기 나름이니까. 나를 응원하듯 모두를 응원해본다.
+ 이 서평은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받아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