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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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인생 동화가 나왔다. 오래전 해냄 출판사에서 냈던 책 여러 권을 엮어 새롭게 나왔다고 한다. 작가의 시집은 여러 권 만나보았지만, 동화는 처음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을 이미 내서일까 이 책도 그 연장선 혹은 통합된 그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인간적이고 따스한 그의 시(詩)처럼『울지 말고 꽃을 보라』역시도 따스했다. 게다가 박항률 교수의 그림과 함께여서 더 빛이 났다. 반짝임은 아니지만, 이토록 은은하게 빛을 내뿜는 그림은 흔하지 않다. 시인이 기다림이나 사랑을 전할 때 그는 이를 고요하고 편안하게 표현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책의 내용은 총 5장으로 나뉘었는데 이 중 시작인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살아오면서 기다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며 느낀 게 기다림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만 같다. 잠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 시간적 개념을 떠나서 기다림이란 살아가는 내내 따라다니는 것이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기다림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 막연한 기다림, 희망을 품은 기다림 등 실로 오랜만에 기다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은 모두 동화가 아닐까. 단지 동화의 결말이 모두 행복이거나 권선징악이 아니라는 사실이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일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고 싶은 건 모두의 꿈이겠지만 그 또한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닌듯하다. 그러나 책으로 만나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더러는 공감하고 깨닫고 후회하며 앞으로를 그려보고 살아가는데 희망을 줘서 읽으며 마음이 편안했다. 
 


모래는 작지 않다.

모래는 바위다.

고통과 인내의 크기는 바위보다 크다.

 

 

(224~225쪽. 모래와 바위 중 일부 발췌.) 
 모래와 바위는 결국 같은데 지금의 외형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바위도 결국 모래가 되고 그 작은 모래는 작지 않으며 고통과 인내의 크기를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책장을 넘기던 손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다. 물론 따스한 이야기도 있다. '잘려진 바지' 같은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남편이 새로 사 온 바짓단을 줄여달라고 말하자 피곤한 아내가 핀잔을 주며 다른 걸 입고 가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실은 잠을 자지 않고 바짓단을 줄여놓고서야 잠이 든다. 그런데 새벽에 남편의 여동생이 자지 않고 있다가 또 바짓단을 줄이고 또 일찍 일어난 노모까지 바짓단을 줄였다. 결과는 짧아진 바지만 남게 된다. 참 훈훈하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생각하며 곱씹을수록 여운이 길어서 마음이 가득 차는 느낌이다. 조금씩 시간을 내어 읽어야 더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받아서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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