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보통의 독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보통의 독자 게다가 에세이니까 읽기 편하겠지…. 그러나 그런 기대는 바로 무너졌다. 그만큼 영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해서 흥미로운 요소였으나 어디까지나 버지니아 울프만의 글이었기에 저자가 생각하는 보통의 독자 수준을 따라가긴 실제로 쉽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인상적인 글들이 꽤 많아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 두 번째 이야기인『이상한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을 만났다. 확실히 전편을 읽어서 이번에는 그녀의 글이 간략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편안해졌다는 뜻이다. 지루하고 평이해 보이는 이야기에서 그녀가 끌어내는 여러 가지를 독자로서 함께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책에서 더욱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여류작가들의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페미니스트답게 저자의 기질이 느껴진다고 할까. 사실 저자를 인간적이기보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자체보다 문학에 더욱 깊이 빠진듯했지만 읽어갈수록 결국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에 대해 이토록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싶었다. 생생한 이 전달력은 저자의 뛰어난 관찰력뿐 아니라 작품 속 인물 혹은 작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이것이야말로 인간적이다. 영문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력은 여전히 탁월했다. 덕분에 따라가느라 고생 좀 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재미있었다. 그나마 영문학에서 가장 많이 읽은 건 셰익스피어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글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묻는 말 같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바로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정말이지 독서에 대해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자신의 본능을 따르라는 것,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라는 것, 자신의 결론에 이르라는 것 등이다. (415쪽.) * 읽고 있는 책의 저자에게 무엇인가를 말하지 말고 바로 그가 되도록 노력하라. 그의 동료나 공범이 되어라. 만약 처음에 머뭇거리고 미루거나 비판한다면, 책에서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셈이다. (4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