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루기 없는 양육 -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수잔 스티펠만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생기고 양육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육아서를 가끔 읽어보지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책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기대 없이 또 사전정보 없이 책을 읽으며 단 하나라도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며 읽고는 한다. 그런데『힘겨루기 없는 양육』은 정말 괜찮은 육아서였다! 

 
 일단 저자의 프롤로그부터 가슴에 와 닿았다. 책의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원제는 따로 있었다. '아이 눈 속의 빛을 꺼뜨리지 말라(Please Don't Let the Light in Your Child's Eyes Grow Dim)'가 바로 그것이다. 유아기에 아이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을 것이다. 그 빛을 잘 간직하게 돕는 게 부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의미였다. 공감했다. 아이를 천재로 키우거나 앞서 가는 인간형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서 놓친 아이의 감성 등이야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이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 평생 살아가는데도 상당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의 저자라면 좀 다를 거 같다고 책의 초반부터 강렬하게 느낌이 왔다. 역시 책장이 넘어갈수록 그 생각은 여지없이 틀림없음이 증명된다. 방법론만을 제시하거나 아이를 다루는 식의 지침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으로 아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이지 현실적이다. 또 예가 많으며 상당히 자세하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렇게 예가 풍부하며 실질적 도움을 주는 또 한 권의 책으로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도 좋은 책이었다. 또한 두 권의 책이 비슷한 내용이 여러 면 있다는 건 아이의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인 근본적 원인에 대해 집중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저자는 부모를 항상 격려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 그리고 엄마라도 무조건 참는 게 항상 가능하지 않기에 터져 나오는 개인적인 습관 등을 고민하며 자책하거나 후회하며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우선 기존의 육아서가 아이와 동등해지거나 혹은 친구가 되라고 하지만 저자는 선장이 되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선장이란 이끄는 자리가 바로 부모의 자리이며 선장이 흔들릴 때 아이도 흔들린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그렇다고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인 선장이 아니다. 보다 객관적이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며 바른길을 주저 없이 말해주는 역할이다. 특히 아이에게 많이 휘둘리는 부모에게 더욱 도움이 될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언어는 좌뇌의 기능이고 감정은 우뇌에서 생성된다. 우뇌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아이는 언어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에 접근할 길이 없다. 부모가 좋은 뜻으로 하는 충고가 의미 그대로 전달되거나 효과가 있으려면 좌뇌가 움직여야 한다. 부모가 이성적인 의견으로 아이를 진정시키려 하는 것은 아이 혼자 고스란히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게 남겨두고 아무도 없는 좌뇌에 가서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다.

 

(5장. 좌절이라는 성장통 중 일부 발췌. 139쪽.)

 

 

**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 하나 더!

 

 

  잊지 마세요. 아이가 화난 동안은 아이를 가르치거나 훈계하거나 일깨우기에 좋은 때가 아닙니다. 성질이 오를 대로 오른 아이는 귀머거리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현명한 충고를 해도 듣거나 처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대신, 거울이 되어 아이의 감정을 되비쳐주세요.

 

(양육상담실 중 일부 발췌. 149쪽.)

  그리고 예전에 읽은 바이런 케이티의『호호야, 그게 정말이야?』와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이 책의 저자 수잔 스티펠만도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을 기본으로 한다! ('네 가지 질문'은 엮은글을 참고하거나 바이런 케이티의 책으로 검색할 것.) 그러니 아이와 대화가 가능한 초등, 청소년기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유아기의 아이라도 지금부터 연습할 수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 사실 마음가짐만으로도 편안해진다고 할까. 스트레스받는 육아가 아닌 진정으로 즐거운 육아가 될 것만 같다. 더구나 육아서지만 아이와 나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서 육아철학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이 밖에도 좋은 내용이 많아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제가 가장 먼저 권고하고 싶은 것은 조용히 앉아 슬픔을 마주할 시간을 가지시라는 것입니다. 감정을 내쫓지 마세요. 감정이 존재할 방을 내주세요. 저는 종종 저와 상담하는 분들께 말합니다. 살면서 겪는 상실이나 어려운 일 하나하나마다 우리 마음의 집 안에 방으로 남겨두라고 말입니다. 방문을 닫아걸고 창을 막아 곰팡내 그득한 방이 되게 하면 안 됩니다. 바람직한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방을 활짝 열고 한동안 그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양육상담실 중 일부 발췌. 235쪽.)


  부모는 아이들에게 설교하고 훈계하기를 좋아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진정한 교훈은 부모의 행동에 담겨 있다. 그러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아이들이 영상에서 보는 것 대부분이 나중에 편집에서 잘려 나가기를 바라는 그런 몫이 안 되도록 조심하라. 부모 노릇을 하며 우리는 최대한 의식적이어야 한다.

 

 

(에필로그: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살라 중 일부 발췌. 346-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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