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
정옥자 지음 / 문이당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선비의 나라였던 조선은 수많은 역사드라마에서 재현될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출판계에서도 조선 선비들의 이야기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과거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조선의 단점만 부각시켜서 이야기되었었다. 사대부란 거들먹거리는 이들이고 정치는 당파싸움만 했고 유교사상의 폐단에 대해 비판하기 바쁜 시대였다. 그러다 망한 나라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비들의 나라 조선을 새롭게 재조명한다. 정조에 대한 평가만 해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누구는 도서문화에 힘썼지만, 사상탄압을 심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정조의 장점에 대해 눈여겨본다. 정조학이란 말까지 나왔다. 어찌 되었든 간에 역사에 관심을 두고 우리의 근본을 찾아간다는 게 중요하다.

 

 해서 보다 많은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네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다. 이 책은 정옥자 교수의 역사수필로 70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연륜 있는 역사학자의 이야기이다. 편협하지 않고 쉽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관점이 독자를 역사 속으로 흥미롭게 초대한다.

 

 실제로 책에서는 다양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약탈문화의 반환, 정조, 서원과 향교 활성화를 위한 제언, 당쟁, 선비 등 수많은 갈래길을 제공한다. 이 중 한 분야만 파고들어도 느끼는 바가 상당할 것이다.

 

 역사인물 재조명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영웅화는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을 입체화시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철학, 인생관 등 대외적인 이미지만 구축하지 말고 정신적인 면을 크게 다루면 좋겠다. 혼과 얼이라는 말에 대해 우리는 진정으로 고민해본 적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드라마에서 역사를 다룰 때 볼거리 위주로 왜곡시키지 말고 진정성 있게 주관을 갖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500년이나 지속된 조선의 원동력에 대해 기억해야겠다. 우리가 이어받을 만한 선비정신에 대해서 거듭 고민해보야 한다. 역사수필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깨어 있는 의식이 든 책이 많아야한다. 그간 잘못 알려진 역사뿐 아니라 땅속에 묻혀버린 역사와 외면당한 모든 것까지 어우러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역사가 주는 참된 의미와 선조의 배울만한 기상 아울러 수치였더라도 기억해야 할 것들을 두 눈 바로 뜨고 마주 해야 한다. 더 성숙해지고 동시에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한글을 쓴느 것은 민족 문화를 지키는 것이고 한자를 쓰는 것은 사대주의라고 가끔 혼동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모두 영어에 목을 매는가? 결국 세계화와 보편성의 문제가 아닌가? 조선 시대는 한자 유교 문화권에서 살던 시대로 한자는 당대의 세계 문화였다. 특수성과 보편성의 문제를 민족주의라는 잣대로 농단해서 편협한 국수주의로 오해받지는 말아야 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글이 홀대받았다고 해서 한글 전용을 외치고 한자 교육을 등한히 한 결과 우리의 젊은이들이 한자를 몰라 어휘 이해에 문제가 생기고 지식인들조차 전통 문맹자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102쪽. 저자가 2011년 2월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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