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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사는 집 - 소박한 건축가의 집과 인생에 관한 놀라운 성찰
사라 수산카 지음, 이민주 옮김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건축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저자 사라 수산카는 어느 날 마음의 경고를 들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동조종장치를 작동시키고 운전대에서 졸면서 인생길을 질주했다고 한다. 무엇인가가 빠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리모델링 한 수많은 집처럼 마음도 리모델링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처음에는 건축가가 추구하는 건축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간단한 도면과 글이 전부여서 내가 예측한 내용이 아님을 알았다. 사실 이 책은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성찰과정을 담은 책이다.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일을 손에서 내려두게 되었다.
아름다움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문간과도 같다. 여기서 다른 차원이란 대개 시간의 차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과거, 현재, 미래하는 직선적인 시간을 넘어서는 진정한 시간, 즉 지금 이 순간 실재하는 현존의 차원을 말한다. 아름다움은 현재에 존재하는 길을 열어준다. 주변에 여러분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이 많으면 여러분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것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25쪽.)
저자의 진행방식은 자신의 본업인 집을 예로 들어가며 마음을 느끼고 알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중간마다 생각을 요하거나 글로 적어보라는 부분이 정해져 있었다. 질문을 통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고 마음을 살펴보라는 배려이자 방법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남의 눈에 든 티를 보기 전에 내 눈의 대들보를 먼저 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모르는 나만의 생활습관이나 굳어진 개념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정형화된 하나의 패턴으로 이미 굳어있다면(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것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질문목록을 읽으며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할 뿐이다. 질문의 답은 독자마다 다를 테고 노력 여하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꿈이야기를 적어두고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예전 생각이 났다. 한때 꿈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처음 시작은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 꿈의 세계가 진귀해서 더 기억하려고 적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꿈은 그저 개꿈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명상 등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내가 집중하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갈 때를 경험해본 독자라면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하나의 길이 보일 때라던가 이루어질 때의 경험을. 바로 전에 읽은『호호야, 그게 정말이야?』의 저자 바이런 케이티를 이 책에서도 다시 만났다. 그때도 저자의 네 가지 질문이 인상 깊었는데 사라 수산카도 케이티의 이야기를 한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저자를 만나며 모처럼 돌잔치로 분주하던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두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버리기 쉽다.
그곳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눈으로 보는 것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를 이해하는 길뿐이다. (168쪽.)
마음이 사는 집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게을리했던 거 같다. 그리고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명상을 못했는데 하루 5~10분 만이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책을 읽으며 실제로 명상을 하며 아침을 맞아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웠다. 하루 몇 분의 시간조차 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핑계와 게으름을 물리치고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 당분간 이 마음을 기억하고자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이 책을 둬야겠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변화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간디의 말.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