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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물리 여행
최준곤 지음 / 이다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수학은 싫어도 과학은 좋아했는데 특히 물리와 화학이 재미있었다. 수업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듣고는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원리를 설명하라면 못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래서 과학책을 자주 읽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좋아하지만 못하는 것 중 하나. 그게 내게는 과학이다.
몇 해 전 경기도에 살 때 시립 도서관이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갔는데 거기서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 눈높이용 과학서를 보았다. 원리마다 종류가 다양하고 책도 얇아서 기억에 남는다. 다 독파하리라 마음만 먹고 실은 <호이겐스가 들려주는 파동 이야기, 정완상 저>만 달랑 읽었더랬다. 지금은 근처에 도서관도 없고 책을 살 때마다 과학서는 밀리기 일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또 호이겐스를 만났다. 일면이 있어서인지 <행복한 물리여행>을 더욱 기분 좋게 만났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관심 없이 지나던 것들 속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이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머리말에서 그가 말했듯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생활 속에서 지혜와 상식을 터득할 수 있는, 즉 생각이 중심이 되는 학문.'(7쪽)으로 물리와의 벽을 허무는 시간이었다.
아파트 옆 도로의 방음벽이 효과가 별로 없는 이유, 베두인이 사막에서 검은 옷을 입는 이유 등 왜 그렇게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 일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무엇에도 원리는 있고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알아두면 다른데 적용하거나 사물을 이해하는데 탁월한 도움을 준다는 게 과학을 책으로 만나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자레인지 부분에서 전자파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작년에 임신했을 때부터 전자파는 해로우니 작동이 멈추더라도 2분 정도 후에 내용물을 꺼내라는 말 등이 있을 정도인데 저자는 뜻밖에도 생각보다 유해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자레인지 앞유리창에 붙어 있는 금속그물 때문에 조리 시 전자기파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유해성이 증명된 바가 없다고 한다. 동시에 증명되지 않았다 하여 유해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고 물론 말한다. 역시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일단 어느 정도는 안심이 되었다.
이 밖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전기기타 이야기, 그네를 가장 높이 미는 방법, 태양은 흰색 등 생활 속에서 알아두면 이해하기 쉬운 것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별이나 달 등의 천문학적 부분은 더 알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다. 저자의 글을 통해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풀어낸 과학서도 좋지만 익숙해지면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도 좋을 거 같다. 그걸 어디다 쓰려고 묻으면 할 말은 없다. 그저 그쪽에 갈증이 있어 채우려는 무의식적 행동이랄 수밖에. 여러 권 봐두었던 과학서를 찾아 읽는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