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푸르메 어록
김영두 엮음 / 푸르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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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에는 뼈가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말과 글로 느껴지는 상대방의 인상도 곧 그 사람을 이루는 일부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어록에서는 더하겠다. 그러나 전적으로 그것만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말이 헛나올 수도 있고 글을 항상 진솔하게 적지 않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길어지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떠한 글과 말만으로 상대를 못 박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퇴계어록>을 풀어 둔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레었다. 누군가를 통한 해석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견해가 아닌 될 수 있으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심도 있게 퇴계를 이해하는 이가 했으리라 믿기에.
 

 생각보다 얇은 책인 <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 는 한마디로 퇴계의 인간성과 그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기 좋은 책이다. 퇴계 이황 하면 지폐에 나오는 사람 정도만으로 생각하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나와 조금은 아쉬웠다. 내가 기대한 것은 더 많은 내용이었기 때문인데 그러자면 한자로 된 원전을 찾아 읽어야 할 판이니 이 정도에 감사하며 퇴계에 대한 책을 좀 더 읽어야겠다.

 

 퇴계는 조선의 학문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책에 몰두하며 읽은 선비들이 많았다. 책벌레 세종대왕부터 유명해서 이름 좀 거론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성리학 즉 주자가 그 방대한 학문적 체계를 완성해서 주자학이라고도 하는 어려운 학문은 도대체 끝이 없어 한평생을 연구해도 모자랄 정도라 한다. 오죽하면 세종대왕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성리학에 대한 이해수준이 낮았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이라 하겠다.(자세한 내용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저>를 참고.> 이런 학문을 퇴계는 오래도록 심취해 이해했으니 그만큼 이해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몇 권의 책만 대충 보고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퇴계 또한 평생을 정진했다.  특히 선생은 <심경부주>를 신명과 같이 믿고 평생토록 가까이했다고 하는데 <심경부주> 또한 궁금해진다. 115쪽을 보면 심경부주의 내용이 주로 사서삼경, 정자, 주자의 글에서 마음(心)에 대한 격언을 뽑아 모았다는 말이 나온다. 

 

 아무튼, 이런 퇴계가 말하는 인간의 도리에 대한 글을 통해 나는 퇴계의 인간성을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나 쉽고 간단하게 말이다. 그는 품성 자체가 성실했고 신중했다. 매력적인 인간이나 무조건 존경할 대상이 아닌 학문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인물이라 하겠다. 거대한 하나의 줄기에 몸을 맡겨 결국 그 줄기를 이루는 중심점이 되었다고 할까. 퇴계가 성리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그랬다면 우리의 학문사는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그 생각을 하자면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자신이 믿는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는 몰입이 퇴계의 장점인듯하다.

 

 그래서 퇴계를 다소 고집스러운 노인네라 생각했었다. 달리 말해 융통성없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이 어떠하건 들을 줄 아는 자세가 되어 있었으며 조선의 상황에 맞지 않는 성리학 예법을 잘못되었다고 거듭 말했다고 한다. 그의 기질이라는 걸 아겠다. 만약 박제가나 박지원이었다면 전혀 다르게 대체했을 거 같다. 그런 면에서 보니 퇴계는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참으로 적합한 듯하다. 권위적이지도 않고 이 사람 자체가 하나의 학문이니 말이다. 그것도 온화한. 말과 행동 면에서 정말이지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모든 말에 장단을 맞추지 않더라도 배울 점 한 가지는 분명하니 학문에 임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하나 더하자면 온화한 성품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과 행동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고 얻은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퇴계의 책읽기 방법에 대한 글 하나를 옮겨본다.

 

"책 읽을 때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반드시 성현의 말씀과 행동을 마음으로 익히되 푹 잠겨 참뜻을 구하고 묵묵히 깊은 맛을 본 다음에야 바야흐로 심성이 길러지고 학문이 이룩되는 성과가 있게 된다. 만약 설렁설렁 해석하고 넘어가고 벙벙하게 외워 말할 따름이라면 말 몇 마디 귀로 듣고 입으로 옮기는 쓸데없는 재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천 편의 글을 다 외우고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경전을 떠들어댄들 무슨 도움이 있겠는가?"

 

(37쪽. 독서讀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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