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게"
      
 
나의 눈물에는 왜 독이 들어 있는가

봄이 오면 봄비가 고여 있고

겨울이 오면 눈 녹은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줄 알았더니

왜 나의 눈물에는 푸른 독이 들어 있는가

마음에 품는 것마다

다 독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

사랑이여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더이상 나의 눈물이

당신의 눈물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독극물이 든 검은 가방을 들고

가로등 불빛에 길게 그림자를 남기며

더이상 당신 집 앞을

서성거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살아간다는 것은 독을 버리는 일

그동안 나도 모르게 쌓여만 가던 독을 버리는 일

버리고 나서 또 버리는 일

눈물을 흘리며

해독의 시간을 맞이하는 일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에서 "사랑에게" 332쪽.

 

 

 시가 인생을 위로해줄 때가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시인이 말했다.

 절실하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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