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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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을 이끄는 제목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행복에 대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한다. 제목만 보자니 넘치는 행복에 겨워 비틀거린다는 건지 그야말로 행복이란 놈에게 발이 걸려 비틀거리는지 알 수가 없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당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그렇게나 자신하던 기억이 실은 당신을 보호하거나 대략의 추측으로 하나의 형태나 이미지로 묶여 쌓여 있던 기억이라면? 같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했던 두 사람의 기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도 내 기억은 **이라고 하는데 ++가 사실인 때가 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착각했구나겠지만 사실은 착각한 게 아니라 정말 **라고 기억에 저장된 것이다.  

 내 얘기가 조금은 재미있었다면 책에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해서 퍼즐 맞추듯 생각하고 머리를 굴려가며(혹은 마음을 움직이며) '당신의 행복은 왜 항상 예측을 벗어나는가?'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마음, 심리, 뇌, 상상, 감정, 경험 기타 등등에 대한 잣대를 조금은 어쩌면 많이 변하게 할지 모르겠다. 책을 선물 받고 바로 읽지 못했는데(대개가 그렇다. 바로 읽는 법이 없다.) 읽으며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는지도.

 그런데도 아직도 제목을 내 멋대로 <행복에 취해 비틀거리다>로 생각하고 있다. 걸려가 아니라 취해로 말이다. 글로 잠시나마 정리하며 머릿속을 환기했으니 다음부터는 취해가 아니라 걸려로 제대로 기억하려나?? 아니면 역시나 나만의 저장방식으로 취해로 남을지도 모르니 오랜 후에 책장에서 꺼낼 때 확인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좋고 나쁜 것이란 없으며, 오직 우리의 생각이 그것을 만드는 것이리라.

 - 셰익스피어 『덴마크의 왕자, 햄릿 Hamlet Prince of Denmark』

 

"개념이 없는 지각은 맹목적인 것이다" 라는 칸트의 말은, 우리에게 채워넣기 기술이 없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주관적 경험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을 기억한다. 언뜻 수은중독 증상처럼 보이는 이 모습은 현실에 자연스러운 매끄러움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움과 매끄러움은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뇌가 채워넣기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미래가 우리의 상상대로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제 곧 보게 되겠지만, 더 큰 골칫거리는 뇌가 상상에 첨가하는 내용보다 거기에서 빠뜨리는 내용 때문에 생긴다.
 - 142쪽. CHAPTER 4 마지막 부분 발췌. 



 

* 각 챕터의 시작마다 셰익스피어의 명대사가 등장하는데 기분전환도 되지만 적절한 배치가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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