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보낸 편지에서 "어짜피 人生이란 그런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아버지는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겠냐' 와 '아니겠느냐' 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세월이 흘러서 나도 내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편지를 쓸 때쯤이면 그 차이를 알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나도 왜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는지, 왜 세상의 모든 불빛은 결국 풀풀풀 반짝이면서 멀어지는지, 왜 모든 것은 기억 속에서만 영원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내 다음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 정도의 짧은 시간만 흐르고 나면 나도 '아니겠냐' 와 '아니겠느냐' 의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 82쪽, 뉴욕제과점에서 발췌.


 작가 김연수와 만난 첫 책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그의 말처럼 기억 속에서 영원한 그 무엇을 추억하게 한다. 그래서 아득해졌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소설 같지 않은 추억의 잔해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줍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전적으로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김연수의 책을 눈으로 좇았다. 다음은 뭘 읽을까. 왜 지인들은 그를 아낄까. 궁금해진다. 그는 탄탄한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듯하다.

 

 그에 반해 내 도로는 정체 중이다. 아니 어쩌면 질주하면 그만일지도 모르는데 혼자 멈칫거리는지도 모른다. 삶이 어딘가로 돌아갈 수 없는 고속도로라면 지나친 단정이겠지. 유턴도 하고 옆길로 빠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나만의 길이 다져질 것이다.

 

 아무튼, 이 작가 묘한 기대를 하게 한다. 이미 마음에 든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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