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코맥 매카시의 책은 읽은 기억이 없지만, 한번은 진지하게 만나고픈 작가였는데 뒤늦게 국경 3부작 중 2부인 <국경을 넘어>와 3부 <평원의 도시들>을 읽었다. 1부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2, 3부 중 2부인 이 작품이야말로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가족과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던 소년은 어느 날 늑대와 마주하게 된다. 전부터 늑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찾아나서던 소년과 야생늑대의 한판승. 이 책의 중반부까지 중 가장 흡입력 있는 부분이고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소년은 늑대를 사로잡게 되었지만 순수함이 가득한 소년답게 늑대를 보금자리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위험을 감수한다. 소년에게는 모험이었겠지만 늑대를 그냥 풀어주는 대신 자청해서 새로운 세계로 동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때부터 소년의 여정은 험난해진다.  

 늑대와의 한판승에서 이긴 소년은 점차 새끼를 밴 늑대와 교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동화와 다른 냉혹한 현실과 곧 마주 서게 된다. 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늑대는 어른들의 차지가 되고 그런 늑대를 되찾고자 소년은 주위를 서성인다. 그의 순수함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처절했다. 결국, 소년이 선택한 것은 자신의 손으로 늑대를 죽음의 길로 보내는 것이었다. 소년이 마주하기에는 정말이지 비극적인 사건인데 이보다 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경을 넘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힘든 일은 겪은 소년을 위로할 가족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족의 죽음과 살아남은 동생. 그리고 다시 그는 동생과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작은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슬퍼할 겨를없이 담담하게 그는 행동한다. 신념과 의지가 강한 소년은 처음에는 뜻하지 않게 순수한 마음으로 국경을 넘지만,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동생을 데리고 국경을 넘게 되는 것이다. 

 국경. 그 경계를 넘나드는 소년의 방랑기적 삶이란 흔히 생각하는 성장기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성장통이란 물론 아픔을 수반하지만 코맥 매카시가 그려낸 소년의 성장기는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정말이지 참혹했다. 이것이 작가의 필력이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두툼한데도 흡입력이 뛰어나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살면서 넘어야 할 것들을 이겨낼 때 혹은 지나쳐 왔을 때 우리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새 지나버렸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물론 지나고 난 후에야 알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당시에는 어떻게 지나는지조차 버겁기도 하고 정지된 시간 속에 나 홀로 버려진 느낌일 때도 있다. 국경이란 건 모두의 마음에서 그런 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지만 늘 그 언저리에서 갈팡질팡하며 끝없이 넘나드는 게 인생인듯하다.  

 넘어야 할 무엇과 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 혹은 넘고자 하지만 차마 시도할 수조차 없는 상황…. 변수는 많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각자의 의지에 달렸다. 그래서 작가가 그린 의지가 강한 소년의 이야기는 강렬하게 기억된다. 그의 참혹한 상황보다 길 위의 여행이 낭만만 흐르지 않으며 현실은 차갑지만 더러는 따뜻한 이들도 만나기도 하며 결국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에서 슬픔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쉼없이 이어지는 작가의 필력에 과연 대가만이 가능한 작품이란 찬사가 붙을만하다. 그리고 소년의 의지 또한 정말이지 잊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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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펭아질에서 2010-10-06 22:33   좋아요 0 | URL
코맥 맥카시의 책에 관심이 생겨서 리뷰들을 살펴보다가 알라딘 서재에 까지 오게 되었네요.
리뷰의 내용이 오히려 쉽게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심도가 깊어서 다시 한번 탄복하고 갑니다.
덕분에 맥카시의 국경 3부작을 읽고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