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주는 답, 기적의 사과

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눈물 나게 맛있는 사과를 먹어 본 기억이 있었던가. 신맛이 강하지 않은 사과를 좋아해서 여러 종류의 사과를 맛본 경험은 있지만 그렇다고 눈물이 난 적은 없었다. 과연 어느 정도의 맛이어야 눈물이 나고, 한 입 베어 물면 온몸의 세포가 환호할까.(책의 광고문구처럼.) 게다가 썩지도 않는 사과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모든 의문의 답은 책 안에 있을 것이었다.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는 원래 농부가 아니었지만 귀향하여 사과재배를 시작한다. 농약에 유난히 약한 아내를 위해 책을 보다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으로 유기농법을 시작한다. 그러나 무농약, 무비료로 농사를 짓기란 너무도 어려웠다. 그러나 기무라는 끈기있는 사람이었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고 하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해도 절대 굽히지 않았다. 살림은 궁핍해졌고, 아이들에게 변변한 학용품조차 사줄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결국, 거듭되는 실패로 절망하고 삶을 마감하려는 결심을 한순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도토리나무가 준 교훈을 빌미로 다시 시작한 사과재배에서 드디어 조금씩 희망이 보인 것이다. 

 책의 초반부터 후반이 시작되기 전까지 많은 부분이 실패에 대한 이야기였다. 묵묵히 지켜보는 모습에서 그의 뚝심과 인내심이 느껴졌다. 역시 달인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휴먼 스토리에서 역경은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당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을지, 혼자도 아니고 가족까지 있었으니 모험 중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발견한 것들은 실로 놀라운 것들로 독자도 함께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먹는 사과와 태초의 사과는 분명히 다르다. 사람들 입맛에 맞게 또 더 크고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개량된 품종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약사용은 필수였다. 비료도 마찬가지였는데 사실 비료를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비료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나무가 약해지는 것이었다. 영양을 인간이 챙겨주니 적극적으로 뿌리에서 땅의 양분을 찾아 흡수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었다. 흙이 약해지는 것이었다. 이제 사과나무만을 보던 농부는 나무는 물론 흙의 상태를 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 잡초의 소중함과 자연의 신비로움까지 터득하게 된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의 면역과 비슷하다. 약을 자주 먹어 내성이 생기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다.  

 자연은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루고 생을 이어간다. 그것이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우리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치유되길 기다릴 시간조차도 없이 바쁘게 산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개선하고자 또 다른 새로운 걸 만든다. 그것이 자연과 생명을 파괴해도 개의치 않는 것이다. 해충이라는 이름도 사람이 만들었고 잡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해충과 잡초는 없다는 결론이다. 기무라 씨의 사과나무 근처에는 잡초가 크게 자라고 수많은 곤충 등이 공존하여 보다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고 그래서 사과 또한 자연의 맛을 간직한다.

 어느 괴짜 농부의 성공 스토리에서 책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하고 지금도 사과를 수확하며 여러 사람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기적의 사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참살이식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일종의 운동과도 같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미래 농업의 길을 보여주는 거 같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좋은 방법임이 분명하다. 사과나무와 자연을 돕는 조력자여야지 헤치는 역할로 남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더 많이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농약으로 시작한 지 8년째 겨우 꽃이 피더니 9년 만에야 꽃이 만개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에건 세계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이렇듯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격려하고 실행해서 모든 농업이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져 이루어지면 좋겠다 생각을 해보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를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기무라 씨의 얼굴(책의 사진.)이 잊히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