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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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평생 받는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작게는 겉으로 드러난 상처부터 내면에 받는 상처까지. 심리학에서는 특히나 마음에서 일어난 상처에 집중한다. 크고 작은 상처에 관계없이 누군가에게는 곧 잊혀지지만 반대로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평생을 가는 예도 있다. 그러니 상처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바꿔 말하자면 흔히 생각하듯 극단적이거나 무시무시한 사건만이 큰 상처로 남는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영화를 통해 독자에게 트라우마에 대해 쉽게 이야기한다. 24편의 영화캐릭터를 통해 들여다본 예는 구체적으로 다가오며 영화를 볼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이해하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해understanding야말로 치유healing의 진정한 시작인 것입니다. (29쪽.) 

 트라우마(Trauma)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말한다. 내가 트라우마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4~5년 전인 거 같다. 당시 심리학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돌발적인 행동을 주로 하는 직장동료가 있어서 이해하고자 했던데서 트라우마에 관해 알게 되었다. 나와 마주침은 적었지만 궁금했다.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끝내 알지는 못하고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 그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상대를 더 잘 이해했을 거 같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한 이해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문용어가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 몸의 신호체계와 반응을 통해 들여다보았기에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쉽게 예를 들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부모의 반응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기대해서 실망감도 크기에 아이에게 위로의 말보다 책망하고 야단치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또한 부모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위축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낀다. 하물며 보통의 가정에서도 이런 데 만약 어릴 때 학대를 받았다면 그 영향은 더욱 크게 남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에 가볍게 지나가서 잊어버릴 수도 있고 반대로 그런 상황이 인생에서 큰 흔적으로 남아 괴롭히기도 한다.  

 치유healing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나며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행동에는 대부분 원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간과하는 부분이었다. 현대인 대부분은 크고 작은 상처뿐 아니라 외로움까지 떠안고 있다. 그래서 이해는 더욱 중요하고 치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자신의 상처는 바로 자신만이 치유할 수 있으니 두렵더라도 맞서야 한다. 이때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치유에 효과적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카를 구스타프 융. (91쪽.) 

 유명한 영화 <샤인>, <람보>, <포레스트 검프> 등을 통해 읽다 보면 더는 트라우마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람보> 편이 인상적이었다. 전쟁참전 후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얼마나 막강했는지 초기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쟁 후 그들의 행동은 이해받을 수도 없었고 인정되지도 않았고 결국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결국, 마음이 약한 사람만이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람보>는 인간병기가 아니라 전쟁으로 말미암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었다는 관점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일본과의 트라우마에 대한 부분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현재진행형인 아픔이 시간이 지난다고 더뎌지진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만 깨끗하게 나을 수 있다. 개인의 아픔을 국가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타인과 나를 이해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첫째로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하지도 말 것이며 상대의 말을 들으며 감싸주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게 좋다. 편안함을 느낄 때 안정감을 느끼고 정신도 불안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레인 오버 미>에서처럼 함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마음을 열게 된다. 생각보다 쉬운 일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찾아 고통스럽더라도 마주해야만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책에서 말하는 EMDR 치료법도 생소하지만,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면 좋겠다. 

 트라우마에 대해 알리고 이해시킨다는 기획의도도 좋았으며 영화를 통해 쉽게 받아들이도록 선택했다는 것 또한 적절했다. 나와는 무관할 거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모두에게 분명히 유익한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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