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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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류의 기록이 세계의 기록으로 남다. 

 표해록(漂海錄)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바다에서 표류했던 기록을 담은 책이다. 표류하니까 어린 시절에 읽은 <15 소년 표류기>가 떠오른다. 목숨을 담보로 망망대해에 던져진 사람들의 목표는 하나로 집결된다. 바로 살고자 하는 것인데 저자 최부는 그뿐 아니라 반드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던 중 부친상을 당해 전남 나주로 배를 타고 가다 표류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교를 숭상하던 당시 조선이었던 것도 배경이지만 이를 떠나 부모를 향한 극진한 마음이야 모두가 매한가지일 것이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나주로 가려다 결국 중국 남부 해안까지 밀려갔고 이후 중국의 강남 및 산등, 북경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 8,000여리, 135일이 걸렸다 한다. 그간 고생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해적을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목숨은 부지했으나 이후 왜구로 몰려 또 위협을 당한다. 이런 내용을 통해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것이 표해록의 기록적 특징이며 가치이다.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문학적 가치까지 동시에 지닌 우리의 고전을 이제나마 읽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다. 세계 3대 중국 견문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그리고 최부의 <표해록>이다. 한 권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나머지 두 권은 일본, 한국인이 쓴 책이다. 
 

:: 모든 것을 그대로 기록한 최부. 

 천신만고 끝에 조선에 돌아온 최부와 일행은 전원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이는 최부의 침착하고 당당한 대응도 한몫하는데 부하들의 불만 등을 선비다운 점잖은 말로 조용하지만, 통솔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 사람이 많을수록 균열이 일어나는 법이다. 하물며 43명이었으니 알만하다. 이들이 돌아오자 성종은 최부에게 있는 그대로의 것을 기록하게 하고 이것이 표해록으로 탄생된다. 날짜와 날씨는 물론 당시 상황까지 상세하게 묘사했기에 성종은 표해록의 훌륭함을 알아보고 외교문서를 보관하는 승문원에 보관하게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왜구로 몰렸던 연유 등을 소상하게 남겨 당시 중국, 조선, 왜 등의 관계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같은 한자문화권으로 필담을 나눠 의사소통을 했으며 학식이 높은 최부를 알아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중국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먹을 것을 주고 호의를 베푸는 중국인에게 최부는 감사의 답례로 시를 화답하기도 했다.  

 수차水車를 눈여겨본 최부가 만드는 법을 알고자 노력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농사를 주로 짓는 조선에서 가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을 알았기에 관심을 쏟았던 것이다. 이후 수차를 만들어 잘 적용해 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부의 지극한 마음이 임금과 어버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백성까지 아우르는 것이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부분이다. 이런 그의 강직함과 침착한 면이 높게 평가 되는 듯하다. 게다가 해적이나 동행한 이들을 통솔하는 부분도 강렬함은 없지만, 어디에도 꺾이지 않는 부드러운 당당함이 최부의 성품을 보여준다.
 

:: 고전 표해록을 읽고 나서. 

 학창시절 고전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고전은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했다. 그래서 반성도 했다. 알마에서 나온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부분이 지나면 다듬어 쓴 소설가 방현희의 글이 이어지는데 문맥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돌아보게 한다. 물론 그래서 교과서처럼 설명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친절한 해설은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당시의 기록을 소중하게 보관해 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고전을 더 많이 읽어둘 필요성을 느꼈다. 선비가 점잖게 쓴 책이지만 돌아보니 참으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전을 통해 당시 시대를 이해하고 지금을 돌아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식의 폭만 넓어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거나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도 사는 건 마찬가지였다는 사실 말이다. 상황이야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표해록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금 읽으면 대단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덜 들겠지만 최부와 시대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 길에서 우리의 지금으로 와 닿는 것임은 분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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