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더불어 모든 것의 역사도 길어진다. 이런 자명한 이치를 놓고 볼 때 어떤 한 가지 학문의 역사만 정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무릇 한 가지를 이야기하려면 관련된 다양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체계적이면서 쉽게 설명하려면 백과사전 등의 도움을 받게 된다. <지도록 보는 세계 과학사>는 과학사를 정리했는데 과학에 포함되는 물리, 화학, 천문학 등을 비롯해 의학 등 정신적 문명 등까지 담아두었다. 정말이지 방대한 양이다. 지식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중국인이라 그런지 중국에 대한 상세한 부분이 꽤 많다. 이는 다시 보자면 서양중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동양까지 아우른다는 장점을 확보한다. 그러나 단점으로 동양이 중국으로 대표된다는 사실이다. 서양의 여타 나라에서뿐 아니라 아시아나 동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상대적으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중국이 다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도 상당히 발전해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우리의 눈을 통해 본 과학사도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과학부분인지라 발전해가는 과학사처럼 우리의 윤리의식도 발전해가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기대한다는 뜻이다. 책 제목은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지만 지도는 사실 극히 미미하다. 수많은 자료가 인용되어 있어서 지루함 없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점과 동시에 심도 있게 들어가기에는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무언가 한참 흥미를 더해가는 데 거기서 더는 진행이 없을 때가 가끔 있어서 김이 빠질 때가 있었다. 책을 소장가치로만 분류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나머지 관심분야는 점차로 확대해가며 나중에 다시 이 책과 비교해보면 될 터이다. 제법 두툼한 책 속에서 지식의 향연을 기대하는 이라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점수를 준다. 백과사전이나 외국어사전을 소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하나의 사실이나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해주지는 않으나 빨리 그리고 쉽게 대략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 혹은 가족이 함께 읽어도 부담없는 책이다. 20세기 유전학과 유전자공학 부분을 보며 언제던가 파장이 컸던 우리 사회의 과학적 이슈가 떠올랐다. 학생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끔은 과학이 무서운 학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ㅡ인간의 호기심을 넘어 도덕성과 조화될 수 없는 경우.)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순수한 탐구가 재력이나 여타 다른 것과 합쳐져 인류나 지구에 해를 가한다면 이는 실패한 과학이라 분류한다. 어쩌면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과학윤리라는 과목이 학교 정규 과목으로 지정될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과학의 찬란한 업적만 찬양할 것이 아니라 과학윤리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자면 전공서적처럼 보이나 실상 열어보면 가볍고 편하게 읽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