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책만 읽는>.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이 사뭇 진지하다. 제법 날이 선 것 같은 칼을 만난 느낌이다. 이 정도로 책을 읽는 사람의 서평이라니 관심이 아니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 이권우는 도서평론가라는 직함을 직접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책도 여러 권 냈다. 이전에 낸 책 제목에 <책읽기의 달인, 호머 부커스>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부터 호모 부커스가 저자 이름 앞에 붙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차례부터 살펴보며 읽지 않은 책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잠시 낯설었지만, 그도 잠시, 읽은 책도 몇 권 보여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읽어야지하며 차일피일 미루던 책들도 상당수 있어서 게으름을 다시금 반성도 했다. 비록 책 읽는 게 저자의 직업이며 죽도록 읽어왔다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의 책을 읽은 것이 당연시되진 않는다. 그만한 시간과 관심을 요하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이권우식 책읽기와 서평을 접하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7가지 주제로 나눈 책들의 성벽을 훑어보고 머리말을 읽기 시작했다. 나와 생각이나 의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저자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해학적인 의미로 제목을 지었다는 말에서 아차 싶었다. 죽도록 읽어온 꼴이 한심하며, 아직도 답을 못 찾았다는…. 그래서 자신을 조롱하고 성찰하기 위한 의미를 담았다. 저자가 책을 낼 때마다 부끄럽다고 말했지만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이랍시고 끼적일 때마다 사실 부끄럽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끄럽고 성에 안 차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쓰고 나서 문맥이 어색하거나, 요점이 공중분해 되었다거나, 오타가 보이는 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책을 제대로 읽고 싶고 깊이 의문을 던지며 코를 처박고 싶다. 그래야 서평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테니 말이다. 세상은 넓고 고수도 많으며 그래서 책읽기 달인도 많다. 예전에 인터넷을 처음 할 때는 생각 없이 단상을 끼적이다가 잡담을 줄이고 서평이라도 꼬박꼬박 쓰려고 노력한 지 이제 몇 해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스타일을 살짝 접하며 스스로 진단을 내려갔다. 평론가라 그런지 간략하면서도 요점적인 글이 좋았다. 전혀 장황하지 않으며 명쾌하다. 다양하게 읽는 모습도 좋았다. 고전읽기를 강조하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고전읽기를 건너뛰더라도 어느 순간 읽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하나의 흐름을 타며 책읽기가 꼬리를 물다 보면 고전이 결코 따로가 아닌 이어짐을 느끼게 되어서이다. 저자의 생각을 쫓다 보면 읽은 책과 만나게 되는 순간 그때가 어쩌면 가장 신나는 때가 아닐까 싶다. 나도 아는 책이라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인데 저자의 생각과 비교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읽지 않았던 책을 만나면 꼭 이 책을 다시 펴보리라 다짐했다. 읽을수록 깊어지는 책의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서평 혹은 읽기에 대한 관점을 듣는 시간은 소중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책읽기도 커 나가기 마련이니 득이 많다 하겠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상대의 생각으로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관을 지키고 구별을 한다는 건 이럴 때 필요한 일인듯하다. 다시금 깨닫지만 죽도록 책만 읽고 끝나지 않으려면, 죽도록 책만 읽으면서 심히 골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