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에 타샤 튜더가 나를 사로잡았던 건 그녀의 정원이었다. 전문원예가 못지않은 지상낙원을 만들었던 아름다운 순수의 정원은 곧 타샤의 삶이었다. 서로 다른 꽃들의 어우러짐을 통해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보며 나조차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었다. 그렇게 타샤의 세계와 만나면서 빠져들어서 이후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 관련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그림을 자세히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타샤의 동화책 첫 권이 <타샤의 그림 인생>.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은 동화는 아니고 타샤의 그림 작업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많은 작품이 들어 있어서 종합선물 세트처럼 느껴지는데 소박하고 정겨운 타샤 특유의 화풍은 언제 보아도 색이 바래지 않는다. 물론 그녀의 다른 화풍도 실려 있어 흥미로웠는데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선보인 화풍이었다. 그림이 예쁘기는 하지만 역시 정겨움이 물씬 풍기는 손맛 나는 그림이 더 좋다. 

 타샤는 어릴 때부터 혼자 그림을 그려서 터득했는데 모친이 초상화 화가였다. 그래서인지 이미 타샤는 삽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는데 모친의 영향이 있었을 거 같다. 또 하나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림에 관한 것뿐 아니라 다른 책에서 이미 언급한 가족사를 비교적 소상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샤의 이름이 원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여주인공 나타샤였는데(아버지가 좋아해서 지은 이름.) 후에 타샤로 줄여 불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타샤의 집, 정원, 식탁, 크리스마스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어서 더 좋았다. 물론 순서는 상관없겠지만 일단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그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이미 책에서 만난 사진이 금세 떠올라 이해가 더 쉽다. 사실 사진과 그림 중 어떤 게 더 좋으냐고 질문하는 것은 어리석은지도 모른다. 그러니 반대로 이 책을 먼저 읽고 라이프스타일 관련서를 찾아 읽어도 괜찮을 거 같다. 그래도 한마디 더 하자면 여기서 글로만 말하는 풍경을 알고 있다는 행복감 그리고 절로 생생하게 광경이 떠오른다는 기쁨이 있음을 말해둔다.

 편지나 엽서를 쓸 때 선 수준의 그림 아닌 낙서를 해서 보내는 취미를 가진 내게 타샤의 테두리 그림은 놀라웠다. 어릴 때 동화에서도 이렇게 예쁘게 그려져 있진 않았던 거 같다. 주제에 맞게 이야기가 이어지며 독립된 공간이기도 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테두리. 계절감과 자연이 잘 표현되어 볼수록 부러웠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 페이지만의 이야기가 있는 <타샤의 그림 인생>을 덮으며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고단했지만 즐거웠어요." 타샤가 지금까지의 삶을 최대한 간단히 말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간단하지만, 고스란히 그녀의 삶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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