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자연에서 위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마의 품이나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만 있어도 느껴지는 안도감과 포근함처럼 자연은 언제나 조건 없이 인간을 안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숲으로 들어가야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은 자연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스팔트 위로 빠끔히 나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서부터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가로수의 잎사귀에서 또 친구와 만나는 커피숍의 작은 화분에도 말이다.  

 저자 최병성은 환경운동가 겸 생태교육가이다. 책에는 연고 없는 강원도 영월의 숲에 사는 그의 일상이 계절별로 나뉘어있다. 직접 찍은 사진은 애정을 담아 보낸 눈길까지 들어 있어서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신기하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 낮은 바닥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만날 수 있는 그들의 세계를 느끼며 생명의 소중함을 돌아본다. 사진과 글의 조합이 지니는 편안함과 가벼움을 좋아하지만 더러는 그렇게만 끝나는 경우가 있어서 아쉽다. 그러나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꾸밈없다. 진지하면서도 소박하고, 가벼우면서도 제법 무게감이 있어서 손에 닿는 곳에 놓아두고 싶다. 책띠지에 나온 어여쁜 새의 이름은 흰눈썹황금새로 정말이지 근사하다.
 

 책이 예쁘다는 사실만으로 <알면 사랑한다>를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저자의 글이다. 아기자기한 사진도 훌륭하지만, 그의 솔직하고 성찰 있는 글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통해 배울 게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정하게 된다. 여치를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여치나 사마귀 등을 가깝게 느낀 적조차 없다. 여치의 얼굴이 이렇게나 귀여운 줄 몰랐다. '거봐요. 이렇게 들여다보니 정감 가지 않는 생명은 없죠?.' 이렇게 저자가 내게 속삭이는 듯하다.  


식물의 씨앗은 뿌리는 시기가 따로 있지만,  

생각의 씨앗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너무 빠른 때도 없고, 이미 늦은 법도 없습니다.

씨앗을 심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34쪽. 봄.)
 

 자연에서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일일이 경험하지 않아도 저자를 통해 얻을 수 있으니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깨달음의 글에 이십여 년간 꽃 사진을 찍은 저자의 사진까지 덧붙여 독자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 책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덕만 보고 이용하며 결국 파괴하는 탐욕의 습성이 문제다. 다람쥐가 의도하지 않게 도토리를 땅에 묻어 수많은 나무가 숲을 덮듯 우리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모이면 이와 같은 푸르름이 커지고 지켜질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엿본 거 같아 읽는 동안 행복했다. 

 


* 사진 옆에 글자가 지나치게 작아서 개정판 때는 커졌으면 좋겠다. 
 나이 든 분께는 선물하기 미안할 정도로 글자가 작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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