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을 때는 주로 눈으로 페이지를 쫓지만 가끔은 소리 내 읽어보게 된다. 리듬감 있는 시를 만날 때 혹은 기억하고 싶은 말을 발견할 때 그리고 말 자체만으로도 예뻐서 반드시 소리 내 보고 싶게 하는 단어를 만날 때가 그렇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읽기 전부터 익히 들었던 제목임에도 책을 마주하니 자꾸만 사박사박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읽어본 이 책의 느낌은 제목처럼 정말이지 예쁜 책이어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박사박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온갖 말들이 머리에서 떠다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린 날의 순수했던 행복의 시간을 기억하게 해준 것이었다. 사박사박- 기억하기로 하자. 사박사박- 이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엄마와 둘이 사는 열 살의 사키. 모녀가 나누는 이야기가 정겹다. 작가인 엄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방식을 보며 이건 작가라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엄마가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런 면에서 엄마들은 다 동화작가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여 흡수하는 아이들 또한 사랑스럽다. 순수하다는 건 재지 않다는 의미와 통한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틀에 맞춰진 방식으로 재단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물에 빠진 전갈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엄마의 질문에 사키는 이렇게 말한다. "아뿔싸." (63쪽.) 살포시 웃게 되는 아이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은 외할아버지가 부른 곡을 엄마가 가사를 바꿔 부른 것이다.
달의ㅡ사막을 사박ㅡ사박ㅡ 고등어ㅡ조림이 지나ㅡ가네요ㅡ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