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 우디 앨런 단편소설집
우디 앨런 지음, 성지원.권도희 옮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한 제목은 우디 앨런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지은 거 같지만, 제목이 제법 매끈하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단편소설집은 과연 어떨까. 예전에도 그의 단편을 읽은 적이 있어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역시 우디 앨런이었다. 사실 그의 단편을 읽지 않았어도 영화에서 느껴지듯 이 영감은 수다쟁이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순이와 결혼한 정체불명의 미국감독이며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우디 앨런식 삶의 철학이 깃든 책으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다방면에 걸친 그의 재치있는 이야기는 웃음의 샘이 퐁퐁 솟게 하는데 충분했다. 문학, 건축, 미술, 음악 등 전방위 예술혼을 가진 영혼이라 그런지 이야깃거리가 넘쳐 그의 수다는 끝도 없다. 속사포처럼 빠른 진행은 수다스러움을 분출하는 활화산 같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우디 앨런식 화산의 건재함에 불똥이 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오죽하면 아이디어를 풀어낼 시간이 없을까 봐 우주의 멸망을 겁낸다고 할까. 재빠른 입담은 그의 꺼질 줄 모르는 열정이기도 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특징이 되었다. 이쯤 되면 이 사람 풍자 한 번 맛 들어지게 한다 하겠다. 
 

 명문대학도 아니고 명문 사립유치원에 아이가 떨어지자 이후 삶의 모든 게 변한다는 첫 이야기는 탈락이란 제목이다. 고작 돈 펑펑 쓰는 명문 사립유치원에 못 들어갔다고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가족 또한 뇌물을 써서라도 들어가고자 노력하나 실패한다. 노숙자를 위한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가셔야 무언가를 깨닫는 마지막 대사를 읽으며 그저 웃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우리 사회를 보자. 명문학교에 들어가고자 밤낮으로 애쓰지 않는가. 게다가 뇌물, 촌지, 인맥. 그리고 노숙자, 사회복지시설 등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의 소재가 여기서도 통한다는 것은 그가 그리는 세상이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지금 이 세상이기에 거울처럼 현실을 반영한다. 그것도 살짝 비꼬아서. 그래서 약간 굴곡이 있지만, 한층 재미있다. 사회만연에 퍼진 이슈를 가져와 가볍지만 제법 꾹꾹 눌러 짜서 풀어두니 독자는 가볍게 책장만 넘기면 될 뿐이다.
 

 강박증이 떠오르는 우디 앨런. 정신분석학적 혹은 심리학 관점에서 보여지는 그는 어떨까. 내성적이며 강박을 지닌 그의 세계에서 수다를 한 꺼풀 벗겨 내면 고요함이 있다. 그가 계속 풀어낼 자유변주곡을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 
 

 삽화가 엽서인 줄 알고 처음에 잡아당겼는데 책에 붙어 있었다. 이우일 하면 예전에 <이우일의 그림동화>라는 엽기동화를 낸 사람인데 우디 앨런과의 조합이 정말이지 잘 어울렸다. 요즘처럼 날씨 좋을 때 밖이나 시끄러운 곳에서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몸에 좋다는 저염식의 다소 싱거운 음식을 즐긴다 해도 가끔은 이렇게 톡 쏘아주는 양념을 가득 쳐서 먹어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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