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 전 세계에 희망을 전하는
트리나 포올러스 글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에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비를 자주 보았다. 어느 새부터인가 나비를 보는 일은 드물어졌고 그런데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가끔 허브농원이나 시골에서 마주치는 흰나비는 더러 있었지만, 노랑나비나 그 밖의 찬란한 빛깔을 가진 나비는 기억에서나 겨우 존재했다. 어쩌면 올봄 이 책을 만난 것은 세상의 봄빛만 쫓으며 중요한 내면의 빛을 꺼트리고 살아온 내게 현재를 돌아보게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전부터 말로만 듣던 책을 늦게나마 만났고 소장하고 있다가 아이가 생기면 꼭 읽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조카에게라도 소리 내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애벌레처럼 눈에 보이는 당장만의 상황에 만족하며 더는 발전하지 않고 멈춘 수많은 애벌레에게 이 책은 나지막이 경고한다. 무료한 삶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 애벌레는 새롭게 만나는 모든 것을 보고 느끼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찾고자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가 오르고자 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맹목적으로 다른 수많은 애벌레를 밟고 올라선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친구와 경쟁상태의 그곳을 떠나지만 둘의 행복한 시간도 잠깐이다. 둘은 결국 각자의 길로 들어서고 거기서 그들이 원했던 삶을 찾아간다. 대략의 내용을 적으며 느끼는 건 단어가 짧고 그림과 어우러져 이 내용이 전부라는 사실. 또 하나는 어쩐지 이런 이야기 다들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그렇다. 눈치 챘겠지만 우리네 삶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무료함과 공허함, 삶에서 추구하는 궁극적 이상, 치열한 경쟁과 모두가 우러러보는 곳을 향한 갈망, 잠깐의 끌림과 각자의 길, 껍데기를 깨부수는 아픔과 인내를 수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 무엇, 의심과 갈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닮아있다. 짧은 동화 속에 예쁜 그림과 간단한 단어로 이루어진 책이 왜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 거 같다. 베스트셀러라면 일단 미루는 성격이라 늦게 읽었지만 참 괜찮은 책이었다.  

 변화를 바라면서 정작 무엇하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삶이 여기 또 한 명 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깨달으며 책표지에 물든 봄빛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제목처럼 나비가 없으면 꽃들도 사라지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책장을 덮고 나니 시나브로 떠올랐다. 나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진 개체가 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 또 공존의 수레바퀴에 속하는 꽃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이 이미 제시된 거였다. 자연계의 나비와 꽃의 관계처럼 성숙한 개체의 줄어듦으로 크다고 생각했던 지구가 앓고 있다. 작게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크게는 모든 것과의 조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은 실로 조그마한 이야기였다.  

 그저 예쁜 이야기려니 넘겨짚었는데 오히려 당찬 이야기를 들려줘서 좋았다. 가끔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읽어도 딱딱 들어맞을 정도니 저자가 글을 썼던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서 앞으로도 <꽃들에게 희망을>을 찾는 독자는 꾸준할 것이다. 내 안의 작은 혁명은 자기계발서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이 책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  .  .중략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겉모습'은 죽은 듯이 보여도,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단다.
                  삶의 모습은 바뀌지만,
                  목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나비가 되어 보지도 못하고 죽는
                  애벌레들과는 다르단다."                                     

                                      ( 7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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