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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
고든 코먼 지음, 남문희 옮김 / 달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실제로 오르지 못한 사람들도 알 만큼 유명하다. 얼마나 오르기 어려운지 등반 내내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안다. 그래서 이곳을 정복한 사람들은 유명해진다. 인간승리로 대표되듯 자신의 의지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작은 거인들 즉, 소년소녀들에 관한 성장소설이며 모험소설이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한 세계 최연소 등반대로 구성된 원정대의 이야기 속에 여러 등장인물과 그들의 집념이 들어 있다.
제1장 <선발>에서는 서미트 원정대가 구성된다. 스포츠 음료수 회사인 서미트에서 행사가 있었고 그 행운권을 잡은 아이들이 모이고 거기서도 선발과정을 통해 인솔자인 시세로와 오버맨 박사의 심리 진단을 받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예상을 뒤엎고 최종 선발된 아이들 네 명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몽유병 증세를 보이는 소녀, 모험과 긴장감 없이 단 일 초도 살 수 없는 소녀, 원정대에 끼고 싶지 않았으나 억지로 등 떠밀려 온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지 않은 소년, 가장 어리고 작은 중학생 소년, 체력과 기술은 좋지만 모든 아이들과 충돌하는 소년까지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거 같은 이들의 경쟁과 훈련모습을 볼 수 있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이나 가독성은 굉장히 빠른 책이다.
제2장 <등정>에서는 본격적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이 시작된다. 작은 소년은 고산병인 고소폐부종에 걸려 힘겨운 싸움을 하고 다른 아이들도 각자 고소적응을 한다. 고소적응 없이 무리해서 한 번에 오르게 되면 고산병에 걸리고 고산병이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아이들이 버티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삶 또한 이렇지 않은가. 순차적인 준비 없이는 그 무엇도 이뤄내기 힘겹다. 눈물겹더라도, 더디게 나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른다.
이 책의 특징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즉,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어른이었다면 앞뒤 생각하느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일을 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일 초의 생각 없이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상대의 목숨을 구하는 장면에서 특히나 작은 소년의 착한 마음씨를 볼 수 있었다. 이 소년과 대조되는 아웃사이더 소년도 결국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다른 소년의 목숨을 구하고자 희생한다. 순수열정으로 가득한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끝으로 제3장 <정상>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에베레스트 산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과도한 경쟁심리가 빗어낸 한 소년의 죽음은 씁쓸하다. 그 소년이 그토록 집착한 정상정복은 어쩌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정상의 의미와 다르지 않은 거 같다. 무조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정상의 개념.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 혹은 제2인자의 가치는 없다는 식의 매정함. 결국, 살아남고자 그렇게도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경쟁이 무가치하지 않으려면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여차 하는 순간 그것을 잃어버렸다면 목적 없이 과도한 경쟁에 휩싸여 의미 없이 나아가는 것에 불과하지 않다. 아직 어린 이들의 에베레스트 등반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얻었을 테고 그것은 두고두고 아이들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가까운 곳의 산이나 가끔 오르는 내게 산악인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지만 이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흥미로울 책이다. 엄홍길 대장의 추천사처럼 용기를 얻게 될 수도 있겠다.
삶에서 뛰어넘어야 할 모든 것들은 거대산의 정복뿐 아니라 깊이와 높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산 정복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력을 거부한 채 불가능할 정도로 멀게만 보이는 정상을 향해 계속 전진하고 싶은 느낌! 바로 등반이었다.
(553쪽. 이 책의 마지막 네 줄.)
* 오타 : 459쪽, 19번째 줄 - '스니지는 황급히 도미니크를 따라붙었다.' 도미니크가 아니라 틸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