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인생수업>을 처음 보았다. 이 책을 사면 헤르만 헷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을 주는 행사도 있고 해서 사들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곧 이 책은 동생에게 선물로 주고 헷세의 책만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만난 이 책을 보며 진지하게 읽어 보기로 했다. 결론은, 이 책을 과소평가 했던 것을 반성했다는 것! 읽는 내내 머리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한 구절 읽고 는정리, 생각,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정말 내가 원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아니다. 그저 그 렇게 되기를 원한 사람들과 분위기에 다만 고개 숙였을 뿐이었다. 복종. 그 생각을 하며 어느 밤을 보내고 다음날 우연히 엄마와 대화를 했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음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일어난 신기한 일로 기억될 그런 일이 생겼다. 왜 진작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을까. 당시 엄마가 원했던 행동은 착한 딸의 모범이 되는 행동이었 다. 그러나 그것은 곧 마음의 짐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착한 딸이었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라는 사실이다. 의지의 문제이며 정말 나 자신에게는 외면한 결과였을 뿐이다. 이제 바로 잡아야 겠다. 나보다 그들의 삶을 기쁘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가식을 뒤집어쓴 기만의 가면 을 뭉개기로 했다. 참으로 별거 아닌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홀가분해졌다. 이때 엄마와 했던 이야기는 두고두 고 기억할 것이다. 공개할 수 없는 황금열쇠와 같다. 또 화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방식의 차이란 대단했다. 예를 들어 직설적으로 "난 네가 ㅇㅇ ㅇ해서 화가 나!" 라고 말하기와 다른 방식인 "난 네가 ㅇㅇㅇ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를 놓고 보 니 과연 확실하게 차이가 있었다. 그밖에 용서와 치유의 시간도 재미있었다. 이 책에는 살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아 질려버리게 한 책과 대조적으로 내면의 나를 진지하게 꺼내보았다. 그래서 좋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