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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6 - 끝의 시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78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월
평점 :
숨 가쁘게 달려온 마지막 정거장
<스탠드>의 마지막 정거장에 도착했다. 5권에서 다음 권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고심했다. 그래서 6권을
선뜻 잡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마지막 권이라는 느낌보다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했다. 그 속에서 들여다
본 희망과 악의 씨앗은 사람이 존재하는 곳 어디서나 죽지 않고 영원함을 다시금 새기게 한다. 그러나
무언가 완결되지 않은듯한 느낌은 구성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작가가 계속 예고했듯 선과 악의 이분법
적 대비가 종교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점이겠다.
선과 악의 대비와 공존
책에서 절정부분은 약간의 의외성을 동반한다. 선과 악의 대립뿐 아니라 지나치게 하느님을 보여준다
는 설정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다소 의외였다. 다크맨의 소멸과 하느님의 손.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과히
이상할 거 없이 보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이상하게 보였다. 분명하게. 그것이 작가가 의도했다는 사실은
알겠다. 이미 앞부분의 여러 부분에서 언급되었는데 마더 애버게일을 통해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선택
된 이들이 다크맨을 찾아가는 순례방식과 그들의 희생으로 보여주므로. 전반부와 후반부의 차이라면
하느님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후반부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결론 역시도 선과 악의 공존과 순환하
는 인류의 모습을 작은 하나의 점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큰 문제가 되진 않
을 거 같다. 이미 삶에서 경험했듯 빛과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까.
역시 스티븐 킹의 문장력
많은 등장인물이 있었다. 그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그려내더니 마지막 모습도 차근차근 보여준다. 스파
이로 다크맨의 세계로 갔던 사람들, 배신했던 헤럴드, 드디어 다크맨과 만난 네이딘, 쓰레기통맨, 순례
의 행렬에서 쳐진 스튜와 그의 곁에 남은 코작, 순례를 이어가는 래리, 랠프, 글렌, 임무를 마치고 돌아
오는 톰까지.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볼더지대로 돌아오는 스튜 일행(스포일러 때문에 일행으로 표
기.)의 모습이다. 그 서사적인 부분을 즐겁게 읽었다. 그들의 희망에 내 희망까지 보태졌기 때문이라 생
각한다. 그래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꽤 꼼꼼하다. 놓치는 부분 없이 독자에게 보여주며 즐기
게 한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그의 말처럼 소설은 사건보다 인물이 만들어가는 상황(사람들의 이야기)
이니까. 그래서 독자는 유독 애착이 가는 인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므로 작가는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는 셈이다. 나는 닉과 톰, 글렌에게 관심이 있었다. 이중 살아남은 사람은? 노코멘트이나 일단 닉은 5
권에서 죽어서 안타까웠는데 6권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이 '꿈'(말 그대로 꿈.)만 같았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슈퍼 바이러스 이후 살아남은 자들에게 다크맨의 죽음은 무엇을 알리는가. 악의 소멸과 희망? 아니다.
이들은 다시 시작할 것이고 또 다른 복병들과 맞닥뜨릴 것이다. 초인간적인 현상만 사라졌을 뿐이지 사
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커지게 되면서 국가가 생기고 다양화 될것이다. 다시 문명을 이룩하고 과
학을 불러들여 발전할 테니까. 그러나 과학 발전만큼 사람의 인식도 커질까. 그것이 궁금하다. 얼마나
이런 역사를 반복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오뚝이처럼 말이다.
덧, 스티븐 킹의 마니아가 옮긴 <스탠드>의 마지막 권에는 옮긴이의 말이 들어 있다. 생고기처럼 씹히
는 맛을 느끼게 해준 번역자답게 옮긴이의 말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익혀주시면 안 될까
하고 살짝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