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명랑'의 코드로 읽은 한국 사회 스케치
우석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귀에 쏙 들어오는 제목, 지인들의 글을 통해 명랑 좌파 우석훈의 글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읽어야지하
면서도 뒤로 밀리는 책이 한 두 권이 아니라 이 책 또한 순위가 밀렸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읽게 된 것
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본래 사회, 정치, 경제에 큰 관심을 쏟지 않는 터라 신문도 안 보고 산지가 몇 년
이다. 그러니 저자의 글을 만날 기회를 계속 빗겨간 것이다. 자칭 C급 경제학자라는 우석훈을 알게
된 것은 내게 큰 소득이었을 만큼 즐거운 발견이었다.
부끄러워 책 내기를 거절하던 그가 칼럼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묘하게도 노무현 시대와 맞물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제대로 포착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바로 지금 읽어야 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
다. 아무리 정치 등에 관심 없고 재미없다고 느껴도 시대의 코드를 보는데 칼럼만한 글이 없기 때문이
다.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테고 저자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가 쏟아낼 무수한 글은 앞으로
책이 아니더라도 블로그(http://fryingpan.tistory.com/ 저자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마주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또 다른 이슈가 된 책 <88만원 세대>는 어떤가. 곧 만날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무관심했던 내가 사는 시대의 이야기를 잠시 경청해 볼까?
노무현 시대의 하늘을 날다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 저자의 좌파에 대한 이야기부터 줄줄 나온다. 경제
학자로 전문용어도 가끔 나와 뜻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루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나 그가 언급한 진정성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그에 대해 고려한 적이 있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더구나 한글사랑의 이오덕님의 이야기를 던지며 저자의 뜻을 감지하도록 한 것은 충분한 설명일만큼
자꾸만 시대에 무관심하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더 많은 20대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기를 바란다. 그건 좌파든 우파든 상관하지 않는다. 돈독에
찌든 일부를 제외한다면 언제나 다음 세대의 질문은 신선하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 때
비로소 새로운 세대와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런 게 '협력 진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62쪽, 2장.)
A4 한 장짜리 글을 쓰면서 '인터넷 논객'이라는 호칭을 반든 것이 행복하신가? A4 100장 이상의 글
을 쓰는 것을 우리는 책이라고 부른다. 치고 빠지는 단타 전문으로 20대를 활용하는 지금의 세태는
잘못되었다. 더 진지하고 더 길게 생각을 한 바퀴를 돌리는 훈련을 받고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도
록 30대와 40대가 도와야 한다. (164쪽, 2장.)
시대이야기는 따로 발췌하지 않았고 위의 글을 읽으며 단지, 글을 많이 쓰고 책을 내라는 격려로만 느
끼기에는 그 울림이 컸다. 단타 전문이라는 말에 뜨끔했다. 말만 짧게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짧게 끝
나는 것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할 때 그 시대는 망한 시대
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누군가는 이런 쪽에 쏟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나와
상관없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야말로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내 비겁함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화두로 시작하는 저자의 글은 명랑하고 경쾌하다. 삶이라는 코미디를 여과
없이 눈앞에 디미는 통에 나자빠질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현실적이지만 과장하지 않았고 솔직
하고 당당하면서 감정에 사로잡히지도 않았다. 몽상가 기질은 있지만 그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노무현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 시대를 돌아보고, 다음 시대의 이야기. 환경에 관해서까지 두루 섭렵하
는 우석훈을 마주하며 퍽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해서 기쁘기 그지없다. 그를 보며 얼마 전 읽은 <책
의 제국 책의 언어>의 조우석을 떠올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거침없는 말하기의 진수를 보여준
다는 사실이다. 조우석, 우석훈 이름도 비슷한 이들이 만나면 어떨까라는 뜬금없는 상상을 해본
다. 어쩌면 이미 만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서로의 이름을 알거나 혹은 아니거나.
한미 FTA, 각종 선거에서의 공약, 생태파괴와 환경, 서울의 주택문제, 이라크 파병, 도서관 이야기 등
어느 하나 지루하지 않았다. 앞으로 차근히 그의 글과 만나야겠다. 적어도 그렇게만 한다면 시대를 빗
겨가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 단, 조심하시라. 그도 사람이니 전적으로 신봉하지 말지어다!
덧, 혼자 읽기에 정말로 아까운 책이다. 이 시대가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추천한다.
유난 좀 그만 떨라고? 어쩌랴. 딱 마음에 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