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5 - 배신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77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이기보다 소설가라는 명함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이야기꾼 스티븐 킹. 그의 장편 <스탠드>의 5편
은 6편인 대단원으로 향하는 급행열차와도 같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5편에서 최종편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슈퍼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인간세
계.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 집단을 이루고….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 같다. 그러나 그 안에 심어
둔 선과 악의 이분법적 방식은 환상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SF나 공포 소설로 빠지지는 않았
고 생생해서 마치 탁월한 심리소설처럼 느껴진다. 계시를 받고 그래서 각기 양쪽으로 모여 무리를 이루
는 모습은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대립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5편을 읽고 나서는 다음 편을 예측할
수 없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집필하는데 가장 오랜 시일이 걸린 작품인 본작은 하마터면 독자와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500 쪽을 쓰고 슬럼프가 찾아온 작가는 급기야 글쓰기를 팽개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고 한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그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스탠드>를 완성한다. 그랬으니 이렇게 읽고 있
겠지만 독자에게는 실로 맹렬하게 읽어 갈 소설책 한 권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생각만
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나고 있지 않은가!

네이딘과 헤럴드의 이분법적 선과 악의 모습을 보았다. 우선 헤럴드부터. 처음 모습에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한 모습과 완벽하게 가린 가면의 모습까지 그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에서 어떤 것이 진정한 모습일
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모습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지독히도 외로웠고 그래서 집착했고 결국은
증오하는 모습. 그러나 그는 어렸다. 파도처럼 높낮이가 닥치는 내면은 그조차도 통제할 수 없었다. 그
래서 때로는 고민하고 울기도 한다. 결국, 그의 좋은 머리는 다크맨의 꼭두각시가 되어 사용된다. 스튜
와 프래니가 없는 세상에서 헤럴드는 더 행복할까. 과연 그럴지에 대한 의문. 다음은 네이딘. 그녀의 등
장부터 묘하다고 생각했는데 4편에서 네이딘의 역할이 드러났다. 5편에서 역시 고민하고 래리에게 도
움을 청했지만 결국 다크맨의 계획처럼 된 그녀. 암울함과 매력을 가졌지만 헤럴드와 지내며 조금도 행
복하지 않은 모습. 정말로 둘은 미쳐버릴 것인가. 기묘한 커플의 조화였다. 또한, 내면의 선과 악 또한
그러했다.

프랜과 래리가 헤럴드의 음모를 알아낸 순간의 극적 긴장감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은.
아뿔싸!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의 죽음. 그리고 애버게일의 마지막 계시. 이 책의 후반부가 어떻게나 빨
리 지나갔는지 모른다. 정말로 폭발물이 터진 거 같다. 이제 서로 얽어매고 있던 줄이 끊어졌으니 이들
의 다음 행로가 궁금하다. 대단원인 6편만이 남은 시점에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맨손으로 다크맨
에게 향하는 이들의 고단한 발걸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덧, 번역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다. 원문은 어떤지 모르지만 단어선택이 적절하지 않
았다. 욕이거나 외설스러워서가 아니라 적어도 그 인물이 그런 단어를 입에서 내뱉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