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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진보다
박민영 지음 / 포럼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공자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더라. 논어, 유교, 고지식 등이다. 학창시절부터 배우고 들었던 그의 유명
한 구절이나 이름은 지금도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다. 계속 회자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다. 그러나 한 번도 논어를 읽어보지 못했으니 공자에 대해 뭐라 말할 건더기조차 없는 것이었다. 다만,
들어서 좋았던 구절을 외우며 아직도 유효한 그의 가르침에 감탄한 적은 있다. 그런 공자의 논어에 대
한 책이라 자못 기대하며 또 한편으로는 표지의 붉은색과 진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기 시
작했다.
논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된 문장이다. 전승되는 동안 누군가에 의해 가필되기도 하고, 누군가에
의해 잘못 필경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논어를 해석할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논어는 결코 완전한 전승물이 아니다. 논어의 불완전함은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채워져야 할 숙제이다.
(58쪽)
저자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논어뿐 아니라 모든 책을 대할 때-특히 오래된 책일수록-는 글 안에
갇히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글이라는 것이 이렇게 말을 담은 것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나 논어는
체계적인 문장과 상황이 전해지는 것이 아닌 단편적으로 전해지기에 글만을 읽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물론 그 단편만으로도 좋은 의미를 담아 해석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잠언
집 논어가 아니라 철학서(사상집) 논어로써 공자가 의도한 바를 오롯하게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쓰인 이 책을 통해 참 많이 배웠다.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며 진정한 풀
이에 대해 고심해야겠다고 느꼈다. 모든 책을 대하는 마음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잊지 말아야
겠다.
혼란기의 공자는 인(仁)을 강조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책에서 명쾌하게 풀어주는 여러 구절에서 충
(忠)에 대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충(忠)은 중(中) + 심(心)의 뜻으로 마음의 중심을 바로잡으라는 뜻이
지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정만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공자는 인(仁)을 인간에 대한
인간적 사랑으로 보고 그를 기준으로 마음의 중심을 바로잡는다고 했다. 국가 같은 외부에 있는 것에
충실하라는 것이 아닌 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들으며 과연 절로 마음에 닿는 해석
이구나를 연발했다.
종래의 해석과 저자의 새로운 풀이를 대조해서 극명하게 알 수 있는 해설은 쉽고 친절했다. 또 결론만
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그렇게 풀이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조목조목 들려준다. 보통의 옛문장이 해석된
글을 읽으면 도통 의미를 간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조를 읽을 때도 그랬는데 당시의 시대상 등
을 고려하지 못하고, 직역인 말 자체만을 풀이했을 때의 오류다. 책의 뒷부분에는 꼭 알아야 할 한문상
식까지 실려있어서 앞으로 만날 한문문장에서 더디더라도 노력해야 할 부분으로 좋은 자료다.
공자의 정치학, 인간학, 철학 등을 쫓으며 논어를 진득하게 잡고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분
명히 논리적이고 훌륭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했지 도무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논
어를 읽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논어와 공자에 대한 관심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어가
도록 응원해준 책이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