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에 싫증나 내 죽음의 안식을 희구하노라.
재덕(才德)이 걸인(乞人)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
공허가 화려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
순진한 신의(信義)는 불행히 기만당한 것을 보고,
찬란한 명예가 부끄럽게 잘못 주어진 것을 보고,
처녀의 정조가 무참히도 짓밟히는 것을 보고,
올바른 완성(完成)이 부당하게 욕을 당한 것을 보고,
강한 힘이 절름발이에 제어되어 무력화된 것을 보고,
예술이 권력 앞에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바보가 박사인 양 기술자를 통제하는 것을 보고,
솔직한 진실이 잘못 불리는 것을 보고,
선한 포로가 악한 적장을 섬기는 것을 볼 때,
이 모든 것에 싫증이 나 나 죽고자 하노라.
죽는 것이 사랑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소네트 시집中 66)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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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나의 시에는 새로운 장식(裝飾)이 없고,
다양한 모습이나 발랄한 변화가 없는고?
어찌하여 나는 유행을 좇아
새로 발명된 방식이나 신기한 혼합법에 곁눈질 아니 하는고?
어찌하여 나는 한결같이 한 가지에 관해서만 쓰고
나의 창작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의상만을 입혀서
글자 하나하나가 내 이름을 드러내게 하고,
그들의 집안, 그들의 내력을 훤히 말하게 하는고?
아! 나의 고운 님이여. 이는 내 항상 그대에 관해서만 쓰고,
그대와 사랑만이 언제나 나의 주제(主題)이기 때문이라.
이리하여 나의 최선의 작품은 옛글에 새옷 입히고,
이미 사용되었던 바를 다시 사용하게 되노라.
저 태양이 날마다 새롭고도 오래 된 거와 같이
나의 사랑도 이미 말한 것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노라.


(소네트 시집中 76) 85쪽.

  ■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4.26~1616.4.23)
  - 국적 : 영국
  - 작품 : 셰익스피어 4대비극, 5대 희극등 다수
 


소네트시집
셰익스피어 지음, 피천득 옮김 / 샘터사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유럽의 14행시) 154편이 수록되었으며 피천득 선생님이 옮겼다.
앞부분은 결혼을 장려하는 시로 드러내놓고 자식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결혼해야 한다고
그야말로 권유하는 시. 그밖에 열렬한 사랑의 고백과 밀어들이 가득하다. 때로 시에 관한 시도 있는
등 단순히 사랑시로만 채워진 시집으로 볼 수는 없다. 시집의 뒷부분에 소네트의 개념과 시집에 관한
내용이 잘 담겨있다. 번역에서 예스러운 ~느뇨라는 말투를 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보다
묘한 것은 셰익스피어가 그의 남자친구와 그 남자친구의 연인에 관해 썼다는 사실이다. 남자친구와
검은여인 이야기는 책 뒷부분에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시로써만 읽는 것도 좋다.
어차피 글이란 작가의 의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세계로 끌어당겨 느끼는 것이니까
말이다.

-4340.12.18.불의 날. (0713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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