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 1 - 천도가 무너진 땅
정찬주 지음 / 뿔(웅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 들어가며 ]

다음 주 대통령 선거로 후보들은 열띤 호흡을 몰아가며 막바지 역전을 위해 뛰는 시점이다. 그들이 그
토록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되려는 대통령은 국가의 핵심인물로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다. 후보들의
정책은 비록 다르더라도 결국 다 같이 잘살기 위함이라고... 정녕 나는 믿고 싶다.

수많은 흥망성쇠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서. 과거 없는 오늘은 없고 오늘 없는 미래는 없기에 이 유기
적 관계를 통해 지금을 반추해 보는 것이리라. 정찬주의 <하늘의 도>를 읽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
나 지금이나 진정한 도(道)를 바로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 운명을 알고 싶으면 어제의 나를 돌아보면 보일 것이요, 내일의 내 운명을 알고 싶으면
오늘의 나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불가에서는 인과(因果)라고 합니다.

(1권 366쪽. 갖바치 대사가 조광조에게 들려주는 말. )



[ 책을 말하다 ]

이야기의 바탕은 조선 3대 사화인 무오, 갑자, 기묘사화를 차례대로 보여주며 그 중심에 선 조광조와
그를 지지한 청류 사림과 반대로 그를 저지하는 간신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조광조는 중종 때의 문
인이자 성리학자로 급진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선척전으로 타협하지 않는 곧은 성품은 휘어지지 않고
차라리 부러지는 대쪽을 닮은 사람이었다.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그 시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
운 파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의 정책 역시도 그랬다. 과거제 폐지, 여악의 폐지 등의 의견만 보아
도 왕도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그의 충심이 엿보이나 문제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대세력과
중종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한울타리 안에서인 같은 유림파 속에서도 급진적인 그의 생각을 다 이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충신과 간신의 구별도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금이 바로 서야 한다. 그러나 중종은
원해서 왕이 된 것이 아닌 단지 연산군이 폐위되는 과정에서 왕실의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세운 왕이었
을 뿐이었다. 또한, 강하지 못했기에 간언에 휘둘렸다. 그리고 결국은 충신들을 잃게 된 것이다.


하늘의 도로 몸을 닦고 오직 그것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지극한 정치라네.

(3권 16쪽. 정광필이 양팽손에게 들려주는 말.)



충신 그리고 옛 선비들의 기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흐트러짐 없는 모습 그리고 꾸
준한 수양을 통해 말 속에 뼈가 든 명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치권에서 조리 있게, 시원하게
말하는 이가 몇이나 있던가. 물론 옛것만을 숭상하자는 말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를 제대로 볼 안목을 길러야 하겠다. 국가의 중요한 대통령을 뽑을 때도 정책을 오롯하게 살
펴 보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서 보는
눈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학문, 정치 등의 이야기가 집약적이며 이미 TV 드라마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
이라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이 책은 선비들의 절개가 중심인 책이라고 본다. 그래서 1권부터 3권까지 그
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아감과 물러섬을 식별하며 혜안을 가진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때 당파싸움 등으로 권력을 잡으려 쌈질만 하는 세력과 그게 싫다고 은둔한 선비들의 모습을 접할 때
면 나는 늘 둘 다 부족하다 생각했다. 은둔만 하지 말고 그들과 맞서 싸울 사람들이 간절하다고 여겼기
때문인데 조광조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때를 기다려 물러나 학문에 힘쓰다 조정으로 가서 뜻을
펼쳤다. 물론 그도 간신과 우유부단한 임금에 의해 뜻을 다 세우지 못했지만 적어도 은둔만 하다 세상
을 뜬 선비들과는 다르다. 그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런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는 내가 모
르는 무수한 충신이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역시 그런 아까운 인재들이 죽임을 당하고, 자연에 묻혀 살
다 갔을 것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나만 바르다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더러움으로
부터 나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경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광조가 만약 그
들을 경계했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진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 그래서 가끔은 선비들의 절
개가 존경스럽지만 안타깝다. 에이! 이 꼿꼿하기만 한 사람들아! 유연함도 갖추었으면 좀 좋았겠는가!


일반적인 역사서의 장점인 객관적 시선이나 정보를 원했다면 그것은 이 책에서는 단점이 될 것이다.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장점 때문일 것이다. 또 많은 등장인물의 상황을 1권부터 처연히 보여주어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2권으로 넘어갈수록 이들의 관계가 명확해지니 어쩔 수 없는 부
분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왕권과 조광조의 비중이 더 명확하고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마무리하며 ]

혹독한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봄에 피어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꽃이 떠오른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는 말에 골백번 동감한다. 조광조와 선비들을 보며 너무도 일찍 져버린 봄산의
꽃 그리고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가 생각나 애처로웠다.

그리고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에게 다독이며 한마디 한다.
꽃봉오리로만 남지 않으려면 어떤 뜻을 펼치건 때를 기다리자고. 그리고 때가 오면 놓치지 말고 활짝
피어나자고. 그래야 떨어질 때 기꺼이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4340.12.16.해의 날. 대통령 선거가 잘 치러지길 빌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