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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사막에 가다 ㅣ 젊은 시인들 3
김상미 지음 / 천년의시작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동시대를 살며 비판하고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책에서 만나는 많은 시인들의 시에서 한 편을 올려본다.
눈물이 웃는다
풍화되는 뼈가 여름밤에 시려
겨드랑이로 나는 카랑, 웃는다
쓰레기장 속에서 솔솔 피어나는
빠진 눈을 흔들어
흰 달을 불러 카라랑, 웃는다
탈골에 말라가는
꼬리털이 떠올라, 올라
노을의 프리즘에 한 올씩 걸리는 동안
달맞이꽃 피는 보름
가슴을 꿀처럼 빨아먹은 구더기들아, 안녕
달맞이꽃 지던 그믐은
파리도 돌보지 않는 미라의 몸
내 살아난 거름 위에
아이가 누고 간 고운 똥에서 돋은
파란 줄기가 어둠 속으로 뻗어
노란 수박꽃이 함박 피었다
자줏빛 발톱이 다시 자라
수박 한 덩어리 안고
나는 나를 한 입 베어 문다
검은 줄무늬 속 붉은 웃음이
샛강 물소리를 따라 둥둥 흘러갔다
『 피터팬, 사막에 가다(2007) 』中 < 쓰레기 고양이, 최동문 >